
여기서 깍두기는 김치의 한 종류인 깍두기가 아닌 대한민국 사람만이 가진 정(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에서 파생된 용어를 의미한다.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문화가 없었던 1980년대 시절,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래잡기나 오징어 게임, 공기, 비석 치기, 고무줄 놀이 등 맨몸 또는 간단한 물건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겼다.
이러한 놀이는 대부분 편을 갈라서 했기에 아이들의 숫자가 홀수가 되면 1명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당시 아이들은 '깍두기'라는 묘수를 발휘해 문제를 쉽게 해결해냈다.
공정한 놀이의 근간은 나의 편과 상대편의 수가 동일해야 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당시 아이들은 놀이의 근본적 가치인 '함께 즐긴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한 명의 외톨이 없이 어느 한 편에 끼워서 모두가 즐거운 놀이를 통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
특히 이 '깍두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거나, 어리거나, 게임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었기에 나는 감히 '깍두기 문화'를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이라 주장하고 싶다.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무한경쟁사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경제 등의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한 시절을 보내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이미 깍두기 문화를 알고 이를 몸소 실천했던 만큼 힘들었지만 함께 즐겁기 위해 서로를 배려해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던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길 희망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