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의 국제 거래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커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네카페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인 파운드(454g)당 2.23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2일 1.03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두 배 넘게 뛴 가격이다.
원두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흉작이다. 세계 커피 원두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100년 만에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어 올 7월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커피나무들이 얼어 죽으면서 원두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美 블룸버그 "뉴욕 선물가 지난해 11월比 두배넘게 올랐다"
국제거래 7년만에 최고치… 동네 카페·소비자 우려 목소리
커피 생산 2위국이자 '로브스타' 원두의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은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최고 10배 이상으로 치솟은 물류비 등으로 시장 공급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베트남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하며 국내 커피 농가로의 일손 부족 현상과 운송 문제 등은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해상 물류 공급선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베트남산 커피 원두 수출은 당분간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원두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커피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두를 직영농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이나 개인이 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미화(57)씨는 "원두 납품업체에서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동네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원두 가격이 오르면 타격이 클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맘 같으면 더 싼 원두를 쓰고 싶지만 손님들의 입맛이 높아져 원두는 못 바꾼다. 임차료와 인건비, 머신 비용 등을 생각하면 커피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도 커피값 상승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직장인 박신혜(56)씨는 "하루 이틀 정도는 커피를 안 마실 순 있겠지만 커피를 끊는 건 불가능하다"며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일상이다. 지금도 커피값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가격이 더 오르면 부담될 거 같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