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에 비해 어떤 교육이 더 나은지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교육의 질을 따질 형편이 못됐다.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고 내 아이는 내년 3월부터 점심만 먹고 돌아온다는 그 무서운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이 제일 많이 사는 경기도 대도시 초등학교는 돌봄교실조차 추첨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추첨에서 떨어지면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떠돌아야 한다는 육아 선배들의 전언을 익히 들어온 터라 나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사립초등학교는 '유치원'처럼 돌봄교실이 내실 있게 잘 돼 있다고 들어 부랴부랴 추첨 대열에 끼었다.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곧 초등학생이 되거나 초등학교 입학을 1년여 앞둔 주변 워킹맘들은 대부분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고민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대로 결과는 꽝이었지만.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지리 복도 없는 엄마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 아이는 2015년생이다. 아이를 출산할 무렵, 육아 선배들은 하나같이 육아휴직을 전부 소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위해 조금이라도 남겨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휴, 그때 되면 세월이 7년이나 흐르는데, 우리나라도 바뀌겠죠." 지금은 그때의 나에게 코웃음을 쳐주고 싶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열린다. 간절한 기대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여보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정쟁만 난무하다. 예비 '초등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실의 문제엔 여전히 답이 없다. 언제쯤 우리 정치는 내 삶을 바꿔줄까.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