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들은 자신의 몸을 써서 먹고 산다. 그래서 무용수들에게 몸은 더없이 소중한 재산이자 생산수단이다. 운동선수들과 비슷한 처지다. 무용수들끼리는 무용선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용수들의 집에는 안마기와 찜질기 등을 종류별로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최신형으로.
몸을 쓰다 보니 무용수들에게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데, 오는 26·27일 공연을 앞둔 인천시립무용단 40주년 정기공연 '만찬-진, 오귀'(11월16일자 15면=이승과 저승의 교차로에 피어나는 몸짓… 창단 40주년 인천시립무용단 '만찬-진, 오귀')에 첫 공연 주연 무용수로 나서는 장지윤(46·사진) 단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연습 도중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건 4년 전 이맘때였다. 윤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부임 후 인천에서의 첫 창작인 '만찬-진, 오귀'의 2017년 10월 제81회 정기공연을 2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별히 난도가 높은 동작도 아니었다고 한다. 점프를 뛰려 다리에 가볍게 힘을 주었는데, 뭔가 부러지는 듯 '뚝'하는 큰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냥 주저앉았고 일어서기조차 힘들었단다.
바로 병원에 실려갔고, MRI 촬영을 하고 의사를 만났다. 장지윤 단원은 "저 공연을 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고 의사는 "못 합니다"고 답했다.
테이핑을 하고 주사를 맞고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매달렸지만, 단시간에 승부를 내는 스포츠라면 몰라도 1시간20분 길이의 무용 작품을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의사는 잘라 말했다. 인대 재건 수술을 했고 6개월의 재활훈련이 끝난 뒤에야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4년전 인대재건 수술·반년간 재활훈련
올 초 주연기회 "무섭다고 생각해 도망"
26·27일 무대 "한단계 성숙했다 느껴져"
그에게 그때 심정이 어땠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는데, 답변이 나올 때마다 '힘들었음'의 정도를 표현하는 대답의 수위가 높아졌다. 참 많이 울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 같아 힘들었고, 무엇보다 함께 작품을 하는 동료와 선후배에게 미안했단다. 잠이 들어서도 힘들었다.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린 공연 포스터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앉아서 춤을 추는 꿈도 꿨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건 올해 1월 다시 주연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무섭다"며 도망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었단다. 그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최근 정기공연을 앞두고 다시 주연 제의를 받았을 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그는 공연을 앞둔 소감에 대해 "부상도, 아픔의 기억을 극복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무용과 마음가짐 모두 한 단계 성숙했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관객에게 무용수로서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영원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