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시즌 프로야구가 지난주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짙고 길다. kt의 마법사(wiz)들은 2015년 정규리그에 참여한지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는 마법을 부렸다. 1차전 승리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코로나19로 작고한 부친을 생각하며 역투했고, 부상 투혼이 빛났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목발 MVP가 됐다. 마법의 원동력은 선수들의 끈끈한 연대였다.
해마다 그렇듯이 이번 한국시리즈도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가장 큰 화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관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차전을 나홀로 직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와 4차전을 동반 관람했다. 윤 후보는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중립을, 이 후보 부부는 kt 유니폼을 착용해 솔직한 팬심을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낙상 후유증을 의식한 듯 부부애를 과시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7년 전 kt 출정식에서 "kt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다"고 한 약속이 소환된 것이다. 2007년 SK 수석코치 이만수는 홈구장 관중이 만원이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돌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팬티 런닝은 팬서비스의 신기원으로 호평받았다. 정계를 은퇴한 남 전 지사는 일단 침묵으로 저항(?)하고 있다. 약속을 지켜도 안 지켜도 반향이 클테다. 남 전 지사의 약속이 남아 한국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
kt 우승에 연고지인 수원시의 감격도 식을 줄 모른다. 인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찐 팬은 우승하면 소 한 마리 잡겠다는 공약때문에 행복한 울상이다. kt 창단과 성장을 적극 지원했던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의 감회도 남다를테다. 수원야구장을 리모델링해 25년간 무상 임대한데 이어 470억원을 들인 증축과 시설개선으로 손색없는 홈구장으로 변신시키는 등 정성이 대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한국시리즈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수원 홈팬들의 홈구장 직관이 무산됐다. kt와 수원시가 홈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퍼레이드를 비롯한 팬 페스티벌을 펼칠 계획인 모양이다. 잘 준비해서 kt 위즈가 수원과 수원시민의 문화가 되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