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 당시 어떤 어르신께 한 표를 부탁하며 고개를 숙이니 대뜸 그런 답이 돌아왔다. 언뜻 일하기에 어려워 보이는 연배였지만 그 어르신은 한사코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돈도 돈이지만 뭔가 일을 안 하면 건강이 확 나빠질 수 있는 거야. 노인네들은…." 미추홀구청장에 취임하면 노인 일자리, 노인 활동 지원에 힘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지자체장들이 임기를 돌아보며 성과를 정리할 때 가장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되는 것이 수상경력이다. 정리해보니 유독 일자리 쪽으로 상을 많이 받았다. 그중 노인 일자리와 노인 사회 활동 지원사업은 인천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9년 2년 연속 대상, 2020년과 2021년에도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무슨 상을 받기 위해 거대한 담론을 제시하거나 어마어마한 정책을 실현한 것이 아니다. 정책과 행정의 수혜를 입어야 하는 주민 의견부터 듣는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점들이 있었다. 그랬던 사업들은 빠짐없이 성과를 내고 상도 받았다. 지방자치의 이유이며 앞으로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뭐든 일 좀 하게 해줘" 지방선거 운동 당시
한표 부탁 자리… 어느 어르신의 호소였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노인의 자존감이다. '내가 이 사회에 더는 쓰임 없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이 생기는 순간 노인은 설 곳이 없다. 외롭고 힘들어진다. 그런데 고령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노인들에게 뭔가 움직일 수 있는 일할 기회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노인이 일해야 하는 현실은 언뜻 고달프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 역시 현대사회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과거 노인 일자리는 일회성에 그쳤다. 동네 쓰레기를 줍거나 안전 캠페인을 하거나 봉사활동에 가까운 일들이 공공형 노인 일자리로 실행됐다. 물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추홀구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노인이 가진 삶의 경력과 슬기로움, 아직 살아있는 열정을 살려줄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인천 최고라고 자부하는 노인 일자리 및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미추홀구는 이 분야에서 정부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았다.
미추홀구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요즘 말로 진짜 '찐'이다. 2018년 4천598개, 2019년 6천108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에도 7천654개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만 전국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다.
구청장 취임후 노인지원 사업에 매진 계기
인천서 최고 다양한 상 … 진짜 '찐' 자부심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동년배 고령층을 대상으로 시니어 상담사로 일하는 미추콜실버센터, 골목 환경개선을 위한 골목 실버 클린단 등은 다른 지자체에는 없던 일이다. 시니어 독서지도사, 시니어 예절강사, 시니어 바리스타 등을 배출했다. 특히 시니어 바리스타가 일하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 '카페 지브라운'은 모두 5호점까지 개점돼 있다. 이 밖에도 실버 택배, 천연비누제작, 쿠키제조, 카페운영 등 시장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젊은이들이 하는 일까지 다 해낼 수는 없다. 다만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민 의견부터 듣는 것은 정치인마다 외치는 필수적 조건이지만 사실 모두 실천에 옮기긴 쉽지 않다. 자칫 시간이 늘어지고 때에 따라선 사업이나 정책이 엎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의견이 다양하고 그것을 한두 개 방향으로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느 한쪽을 혹은 숫자가 적은 쪽을 쉽게 희생시켰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은 힘들고, 귀찮고, 어렵다. 그런데 그걸 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결국 그렇게 성과를 냈고 그것을 잘해냈다고 칭찬해주신 것이 많은 수상 경력으로 증빙됐다는 생각이다.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