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의 기본은 밥과 김치다. 김치는 한국인, 한국문화를 표상하는 식품이다.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가운데 시월의 노래 속에도 김치와 김장 얘기가 나온다.
김치의 역사는 기록상으로는 상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디히', '저(葅)'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저해(葅醢)'나, '고려사'에 등장하는 염지(鹽漬), 침채(沈菜), 침저(沈葅) 등이 바로 김치를 뜻하는 말들이다. 김치라는 말은 '침채'란 한자어에서 나왔거나 김치에 가장 가까운 한자식 표현인 '침채'를 가차(假借)했을 가능성도 있다. '혼몽자회'와 '두시언해'에도 김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바, '동저(冬葅)'가 바로 지금의 동치미다.
또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인 깍두기는 조선말기 요리서인 '시의전서'에 무를 네모지게 썰어 담그는 김치인 '젓무'라는 요리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깍두기'라는 지금의 표현은 1923년 11월10월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과 정도전의 '삼봉집'에도 김장에 대한 언급이 있다. 김장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풍습이다.
김장과 함께 우리 일상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는 겨울철의 국민 간식 '붕어빵'이다. 이 붕어빵이 요즘 물가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상과 노점단속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오죽하면 붕어빵 파는 노점 인근 지역을 가리키는 '붕세권'이라는 말도 나왔고, 붕어빵 파는 집을 검색할 수 있는 앱마저 등장했다.
그런데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과 코로나에 '귀차니즘'까지 겹쳐 김장을 포기하고 사 먹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에 경제도 어려워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김장과 붕어빵마저 사라져 가는 문화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싶다. 따끈한 흰 쌀밥에 김치 한 점 척 올려놓고 밥을 먹고, 출출할 때 한 입 베무는 붕어빵은 우리의 소울(soul) 음식이거늘 그간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려왔던 일상문화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축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붕어빵이 멸종위기종 1급 국민 간식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