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서 중소 화학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년 전 기술 유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니던 직원이 이직한 경쟁사에서 A씨 업체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의심은 가지만 확인이 쉽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해볼까 생각했지만, 납품 업체의 시선이 우려돼 생각을 접었다.
A씨는 "대기업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직원들이 회사에서 USB 하나 마음대로 갖고 나올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연구 개발한 화학물질도 A4용지 한 장에 관련 정보가 담겨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의 퇴사나 이직 등 과정에서 관련 기술 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애쓰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이런 기술 유출 문제 처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국가정보원과 인천 지역 기업 단체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수십년 걸려 개발 기술 유출없게
법률자문·분쟁조정·교육·세미나
인천시 비전기업협회, 인천유망기업연합회, 중소기업융합 인천부천김포연합회, 인천수출경영자협의회, 국정원은 24일 '중소기업 기술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소기업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과 유출 사고 발생 시 대응 업무 등을 함께 추진토록 하자는 게 이번 협약의 주된 목적이다. 자금난과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기술 보호에 큰 돈을 들이기 힘든 중소기업들이 수십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들을 한순간에 잃는 일을 막을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취지가 크다.
인천 지역 기업·단체들과 국정원은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 보호 수준 점검·보완, 기술 보호 관련 법률 자문·분쟁 조정, 기술 유출 발생 시 원스톱 대응, 기술 보호를 위한 교육·세미나 운영 등의 활동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기술 정보 보호 관련 지원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방문 지원·컨설팅 활동도 추진한다.
인천 지역 기업·단체들과 국정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이메일 해킹 등 사이버 위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협약이 지역 중소기업들의 기술 정보 보호 등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고예방 신속한 대응 업무 협약
방문지원·컨설팅 활동 등도 병행
국정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국가사이버위협 정보공유시스템(NCTI)과 인터넷 기반 정보공유시스템(KCTI) 등을 통한 민간기업 대상 사이버 위협 정보 공유 건수가 9만여 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만여 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정원 관계자는 "인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 강화와 안정적인 기술 개발 환경 조성에 이번 협약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지역 기업·단체들과의 유기적인 협조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보호 활동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근영 인천수출경영자협의회 회장은 "국정원과의 이번 협약이 중소기업 핵심기술 유출방지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약이 인천 지역 기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