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와 방치로 세상을 떠난 화성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이른바 '민영이 사건'의 양부에게 징역 2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특히 재판부가 의식불명 상태임을 인지했음에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양부모 모두에게 '고의성'을 인정했고, 이 점은 향후 아동학대 사건의 재판에 새로운 판례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아동학대살해죄' 새 판례 제시
재판부, 양모에는 징역 6년 선고
25일 오전 11시4분 민영이 양부이자 학대를 행한 서모씨가 1심 선고를 위해 법정에 섰다. 서씨는 생후 33개월 입양아 민영이를 수차례 때리고 의식불명에 빠진 후에도 구조하지 않고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아동학대살해죄로 공소장이 변경돼 재판에 넘겨졌다. 양모 최모씨도 방임에서 아동학대치사죄로 함께 법정에 섰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조휴옥)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 측 주장을 낭독했다.
"피고인 서씨는 2021년 5월 현관에서 피해 아동 뺨을 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5월8일 안방에서도 아이 뺨을 3번 때린 적은 있지만 더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살해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최씨도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합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목조목 따졌다. 양부에 대해선 '수사를 거듭하며 양부 진술이 달라졌던 점', '양육 스트레스로 사건 당일 한 달 전부터 아이를 폭행하기 시작한 점', '부양 의무자로서 아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했다.
양모에 대해서도 '뇌출혈로 아이가 쓰러진 뒤에도 학대 사실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즉각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서씨는 징역 22년, 최씨는 징역 6년에 처한다"고 형을 선고했다. 참관하던 시민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6개월간 이어온 '민영이'의 억울한 죽음이 입증된 순간이었다. 자칫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뻔한 사건이었지만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은 중형의 죗값을 치르게 됐다. → 관련기사 5면(['민영이 양부' 고의성 인정 어떻게] "머리 타격땐 치명적 결과 인식했을것… 즉시 병원 안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