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감비아 태생인 '쿤타킨테'는 17살에 백인들에게 납치됐다. 노예 사냥꾼은 그의 발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배에 태워 40일 넘게 항해를 했다. 미국 농장의 노예가 돼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딸은 주인에게 성폭행당하고 아들 조지를 낳았다. 주인을 따라 투계장을 떠돌았고, '치킨 조지'란 별명을 얻었다. 7대손인 알렉스 헤일리는 조상들의 수난사를 소설 '뿌리(Roots)'에 담았고, 1977년 7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
노예로 사는 흑인들에 프라이드 치킨은 '소울 푸드(Soul Food)'였다. 로스트 치킨을 즐기는 백인들이 내버린 닭발과 껍질, 목, 날개에 향신료를 발라 기름에 튀겨냈다. 흑인 요리사가 이런 방식으로 요리한 치킨을 식탁에 내놓았고, 백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전쟁 때 주한미군과 함께 들어와 국민대표 먹거리로 성장했다. 차별화된 맛을 장착한 국내 치킨 업체는 미국 시장에 역진출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고 해 파문이다. 논란에도 불구,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5㎏ 작은 닭이 3㎏ 닭보다 맛이 없고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는 거다.
'치킨 논쟁'은 진화(鎭火)되지 않는다. 대한양계협회는 격앙된 목소리다. 이홍재 협회장은 "완전히 음모론이다. 편향됐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양계 종사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처절하게 복수하겠다고 경고했다.
황씨는 인신공격과 협박이라며 날을 세운다. 농진청은 42일 키운 닭이 30일보다 감칠맛 성분이 더 많다고 했다. 황씨 주장이 일리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양계협회는 튀김용 닭은 작은 크기가 적당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다고 한다. 미국은 부위별로 요리하는데 우리는 통째 요리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옳고 그름을 떠나 황씨가 '작고 맛없다'는 도발적 표현으로 논란을 불렀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계협회는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감정싸움이 아닌 건강한 논쟁이라면 치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