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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極限)=궁극의 한계. 사물이 진행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단계나 지점.

20세기를 통과해온 이들은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를 희망의 시대로 내다봤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욱 진보적인 사회 분위기로 불평등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평화 속에서 미소 짓는 날을 기대했다.

21세기도 20여 년이 지나온 지금의 성적표는 어떠한가. 기후변화와 초디지털화, 초도시화, 초불평등화가 사람들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사람들은 소외되고 양극화되고 정치적 극단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엉뚱한 길에 들어섰을까.

■ 2030극한경제시나리오┃리처드 데이비스 지음. 고기탁 옮김. 부치 펴냄. 560쪽. 2만2천원

4대륙·9개국 '극한의 경제지도' 그려
초고령화·초도시화 등 사례·해법 제시


극한경제
인구 3분의1 이상이 65세를 넘어선 일본 아키타현. 혁신의 불꽃이 꺼지자 마약과 죽음이 찾아온 영국 글래스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빈부에 따라 공원조차 따로 쓰는 칠레 산티아고. 첨단을 달리는 도시의 이름이다. 초고령화와 초도시화, 초불평등화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문제는 세대 간 불화뿐 아니라 성별 간에도 새로운 갈등을 부른다. 연령 밸런스가 붕괴된 현장에는 자살률 급등과 지역시장의 붕괴를 불러왔다.

아키타 역시 피할 수 없었지만, 이 책에서는 수요와 기호, 욕구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주목한다. 고독사를 대비하는 부동산 사업 모델을 소개하고 노령에 맞춘 사회 시스템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글래스고의 운명은 어떻게 피할까. 책에서 초디지털국가로 등장한 에스토니아 탈린의 사례는 300여 년간 벌여온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종식시킨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화로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탈린은 손쉽게 전자 주민이 되도록 길을 열어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난 디지털 국가를 세워 투자자들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모으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 초불평등 사회를 해결한 국가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와 실패가 그려져 있을 뿐이다. 대신 저자는 초불평등 사회가 들어선 배경에 집중하면서 맹목적인 성장 제일주의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4대륙, 9개국을 넘나들며 첨단에 첨단을 달리는 도시를 그리며 '극한의 경제 지도'를 완성했다. 이들 사례 외에도 인도네시아 아체, 요르단 자타리난민수용소 등 언제 닥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극단적 상황과 그 해법을 제시한다.

■ 고립의시대┃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492쪽. 2만2천원

소외로 인한 '정치적 극단주의' 지적
코로나 이후 병리학적 사회분위기 진단


고립의시대
인류는 역사상 유래없이 연결돼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로움에 괴로워하고 있는 원인은 뭘까.

좀 더 고민의 깊이를 더하자면 소외된 노동자들은 왜 트럼프와 히틀러를 지지했을까. 명문대학의 학생들이 '표정 읽는 법'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공감을 표현하는 스마트폰 속 '좋아요'가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퇴화시키는 이유는.

세계적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스마트폰과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이 본능인 소통능력을 잃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사례와 연구를 많이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도시에서 걷는 속도를 서술한 내용이 눈에 띈다.

1990년대 초반보다 10% 빨라졌고, 아시아에서는 더욱 심해 중국 광저우는 20%, 싱가포르에서는 30% 빨라졌다고 한다. 도시의 빠른 속도는 선행도 사치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비사회적을 넘어 반사회적으로 사람을 내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고립된 현대인들이 왜 병리학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냈는지 진단해보고 싶다면 허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