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생존권이 먼저죠."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기본적인 양육이 이뤄지려면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게 사실이잖아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내달 17일 열릴 '배드파더스' 활동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무죄 주장 여론이 들끓고 있다. 양육비 지금 책임을 저버린 부친들의 신상을 공개했지만,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직장 등 신상을 온라인에 노출하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어서다.
김미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양육비 지급은 아이들의 권리"라며 "아동 생존권은 개인 정보 유출(사실적시 명예훼손) 보다 우선하는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정서상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지만 배드파더스에서 미지급자 신상이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국내입양인연대에서도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반영돼야 한다. 배드파더스 활동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활동가의 무죄를 주장하는 온라인 서명도 3만4천52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 씨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숭인 강효원 변호사는 "이달 9일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는데 약 일주일 만에 1만여명 이상이 동의했다"며 "검찰 측에서 배드파더스가 디지털 교도소와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나 사실 검증, 운영 방식, 표현 방법 등 측면에서 둘은 명백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제보, 양육비 지급 의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상을 공개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탄원서와 온라인 서명 등은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이들도 있다. 배드파더스 사례를 계기로 국회 앞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시위를 벌이게 된 배모(28)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 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며 이미 두 차례 유엔에서도 폐지 권고를 받았다"며 "이 법은 미투운동 당시 피해 사실 공론화를 가로막고 N번방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려는 공익 제보자들의 활동에도 지장을 줬다"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 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골자로 한다. 한편, 구 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을 받았지만 검찰 측 항소로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