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간호사 '태움(간호사 집단 괴롭힘)' 의혹이 불거진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현대판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을 받은 근로계약서 특약 조항을 뒤늦게 삭제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직원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고려해 논란이 된 근로계약서의 특약조항을 모두 삭제했다고 29일 밝혔다.
병원은 이날부터 특약조항을 전산상 일괄 삭제했으며, '원하면 개인별로 논란이 된 특약 조항을 삭제한 근로계약서 문서를 재작성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적용 대상은 간호사와 일반사무직 등 830여명에 이른다.
'태움 의혹' 간호사 사망사건 계기
현행법 위반 소지 조항 일괄 삭제
병원이 이같이 나선 데에는 '태움' 의혹으로 숨진 간호사 A씨 사건이 계기가 됐다. A씨가 병원과 맺은 근로계약서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특약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실제 사망 당일 A씨가 병원 관계자에게 사직의사를 밝혔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근로계약서 특약 조항은 '근로계약자는 사용자의 계약해지 등이 없는 한 계약체결일로부터 최소 1년 근무할 의무가 있다'(1항), '근로계약자는…(중략)…향후 이중 합격한 병원에 입사하기 위해 사직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2항), '근로계약자가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최소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3항), '근로계약자가 1~3항을 위반해 병원에 손해 및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등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특정한 사유에 한해 한 달 전에 예고해야 하지만 노동자는 특정 기간을 근무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어차피 불법 조항이었다. 문서 조항 몇 개 삭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병원의 뒤늦은 조치에 신뢰가 가지 않으며 고용노동부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