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도지사의 취임 초 행보는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4년 임기 도정 철학과 기조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공직자들은 새 인사권자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긴장하고 집중한다. 그런데 첫날, 첫 행보가 전임자 흠집 내기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리품 챙기기였다. '시민 복지를 위해 시행한 정책을 제소한 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침해하는 복지 후퇴이자 지방자치 훼손'이란 비난은 덤으로.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20일 천하가 됐다.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으로 공짜통행을 강행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공익처분 행위가 '일산대교(주)에 참고 견디기 어려운 유·무형적 손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사업운영자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려면 공익처분은 집행정지돼야 한다고 판단한 게다.
이재명표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오락가락
운전자들 희롱당한 느낌이라는데 '道 집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월 말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날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공문에 서명했다. 지난봄 이 후보는 해당 지자체장들과 함께 일산대교 요금소 앞에서 위력시위를 했다. 통행료 인하라면 모르나 전면 무료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엔 귀를 막았다. 외려 마지막 만찬 테이블에 '공짜 메뉴'를 올린 것이다. '지사 찬스'에, 표심과 통행료를 바꿔먹는 매표행위란 비판이 거셌다.
통행료 징수를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운전자들만 우습게 됐다. 애초부터 무리한 사안을 밀어붙여 혼선만 빚고, 누군가에 희롱당한 더러운 느낌이란 반응들이다. 원숭이는 매일 아침 사과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는데도 짜증을 낸다. 하물며 줬던 떡을 빼앗는데 누군들 가만히 있겠는가.
퇴임 한 달이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다. 권한대행 지도부는 '이재명 표' 정책을 높이 받들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여느 지자체들 권력교체기와는 다른 낯선 분위기다. 도의회는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에 힘을 보탠다. 상당수 도의원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명찰을 달았다. 본청과 사업소, 산하기관에 두루 포진한 어공(어쩌다 공직자)들도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시부모 떠났어도 시누이 등쌀은 그치지 않는다.
실익도 중단도 못하면 피하는게 최선인데
짐 될게 뻔한데도 미래권력 심기 살피기만
이 후보의 쾌도난마 행정은 광속도에 정밀함이 강점이다. 코로나19 초기, 집단감염이 번지자 중앙정부에 앞서 종교단체 집합금지 긴급명령을 발동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뭇거릴 때 재난지원금을 풀어 전국 확산을 주도했다. 여름철 산과 계곡을 점령한 바가지 상혼을 근절한 신공(神功)은 그이기에 가능했단 평이다. 기본시리즈와 공정을 앞세운 기민한 도정을 밑천 삼아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하지만 대권을 향한 정치 행보로 잡음과 구설이 잇따랐다. 의회를 패스하는 거침없는 행보에 독선과 독주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노골적인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로 갈등지수를 높였다. 정치 동지 조광한의 변심은 뼈 아프다. 단체장 싸움에 등 터진 남양주시 공무원노조는 도 감사에 불복하고 항명을 했다. 유례없는 하극상은 누구 잘못인가.
일산대교는 개미지옥이다. 옆 동네 인천대교, 영종대교도 출렁인다. 실익도, 그만둘 수도 없다면 피하는 게 최선(最善)이다. 권한대행 체제는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 짐이 될 게 뻔한데도 '미래 권력의 심기를 먼저 살핀다'고들 한다. 권력교체기, 도정(道政)에 덧씌워진 정치색을 걷어내야 한다. 일산과 남양주가 시금석이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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