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수가 부족한 데다, 수질마저 나빠져 농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인천 계양구 상야동에서 30여년 전부터 상추 등 밭농사를 짓는 안선태(56)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씨를 비롯한 이 일대 농가들은 관정을 파내 지하수를 끌어오려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수질이 나빠져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어쩔 수 없이 농민들은 저마다 7~8년 이상은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 관정을 3~4년에 한 번씩 새로 파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관정을 하나 만드는 것에는 1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농민들은 지하수의 수질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찾아간 안씨의 비닐하우스 벽면은 누렇게 변색해 있었다. 올해 초 새로 씌운 비닐인데도 1년 만에 색이 변해 버린 것이다.
지하수 수위가 부족해지면서 물속에 흙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씨의 지하수 관정에서 퍼낸 물에 담겨 있던 물뿌리개 표면을 손으로 문질러 보니 누런 흙이 묻어나왔다.
10여년전부터 농업용수 공급 어려움
누런 물에 비닐하우스까지 '변색'
생산량 20~30%는 출하 못해 '분통'
농민들은 흙이 섞인 물을 작물에 뿌린 뒤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전체 생산량 중 20~30%는 상품가치가 떨어져 제대로 출하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5년 이상 사용하는 비닐하우스도 2~3년에 한 번씩 교체하고 있다.
이곳 농민들은 인근에 있는 경인아라뱃길과 굴포천, 공항철도 등에 의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수질도 나빠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과 굴포천, 공항철도 등으로 이 일대에 있던 지하수가 흘러내려 갔다는 것이다.
안씨는 "최근에는 관정을 아무리 파내도 지하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며 "농사에 쓸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탓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굴포천·공항철도 원인 의심
인천 계양구에 조사 의뢰하기로
참다못한 농민들은 지하수 샘플을 채취해 담당 지자체인 인천 계양구청에 수질 검사와 지하수 수위 조사 등을 의뢰하기로 했다.
계양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는 지하수의 수질이나 수위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농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