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가격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지가 12억원 초과 주택이 1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종부세 대상자도 늘었다.

최근 1~2년 사이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그 가격표엔 어떤 비용이 숨어있는지 뜯어보고 싶다. 토지와 건축비는 당연하고 상권과 학군, 지하철역과 공원 등등 모두 정량화된 가치 위에 주택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한 주택가격에 숨은 이야기가 있다면. 또 가격표에 담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 주소이야기┃디어드라 마스크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펴냄. 496쪽. 1만8천원


거리명따라 주택값 차이…
공간과 정체성 교차점 분석
입체적 사람 이야기 펼쳐


주소이야기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주소와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스트레일리아 절롱의 한 고등학생들은 '버트(엉덩이) 스트리트'나 '윙키(멍청이)로드' 등 우스꽝스러운 거리 이름을 찾아 건물의 가격과 비교했다.

그 결과 다른 거리에 있는 건물보다 20%나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에서는 스트리트(street)에 있는 건물이 레인(lane)에 있는 건물에 비해 절반 가격에 거래되고 미국에서는 레이크(lake)가 들어간 주택가격이 전체 주택가격의 중앙값보다 16% 높았다.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시 자신의 건물에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라는 주소를 붙였는데, 인근에 '원 센트럴파크'라는 이름의 건물이 들어서자 분노했다는 사실로도 건물은 효용이 아니라 어떻게 남들에게 비치는 가에 가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주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아닐까.

이 책은 장소와 권력, 공간과 정체성의 교차점을 들여다본다. 주소를 만들어 빈민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인도 콜카타의 사례나 주소를 묻지 않는 간단한 방법으로 노숙인들의 고용률을 높이려는 시도 등 지금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시시선 외 11명 지음. 일다 엮음. 280쪽. 1만5천500원

성소수자이거나 장애인 등
자신만의 공간 소중한 12명
삶과 '주거의 가치' 담아내


좋은집
남들과는 다른, 어쩌면 남들과 똑같은 12명의 인물이 집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삶과 집의 이야기는 가격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내 공간'을 다루고 있다.

'일다'의 편집장 조이여울은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한 동네, 그중에서도 시장 길목. 또 조금 더 안쪽 산기슭에 있는 빌라로 이사하던 날을 묘사하는 것으로 주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 자랑할 것 없어 보이는 동네로 이사 가는 데도 "우리 동네 정말 좋다"는 조이여울과 어이없다는 듯 "이 동네가 어디가 좋아요"라고 반문하는 이삿짐 트럭 운전사의 대화에서 가격이 곧 가치는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마주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 소수자이거나 장애인 등 조심스럽지만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공간이 더욱 소중한 이들이 말하는 주거의 가치, 부동산중개인이 알려주지 않는 가치를 담았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