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취재한 사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매번 통화가 끝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통신사 기자도 다 확인하고 썼을텐데라는 생각에서다. 어느 날부터인가 '재확인', 좋게 말해 '팩트체크'가 비효율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통신사 기사를 다시 확인해보란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수습의 다른 원칙 하나는 '디테일'이었다. 파출소를 돌던 수습시절 교통사고를 보고하면 "가해 차량 색깔이 뭐야?", 흉기 난동을 보고하면 "칼 손잡이가 나무야, 플라스틱이야" 같은 지엽적인 질문이 돌아왔다. "차종만 알면 됐지 차 색상이 중요해?" 그걸 또 확인하려고 파출소를 떠나지 못하고 1~2시간씩 더 머물렀다.
질문이 몸에 익을만한 시간이 되니 원칙도 서서히 잊힌다. 디테일보다는 줄기와 흐름이 중요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한 '화성니코틴살인사건'(12월1일자 1면 보도). 피해자인 남편이 숨진 장소는 집이다. 아내는 "현관 앞에 남편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통신사에서는 남편이 구급차에서 숨졌다고 썼다. 줄잡아 20개 언론사가 남편의 사망지점을 구급차로 서술했다. 지금도 남편은 니코틴이 들어간 미숫가루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확인하면, 남편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뒤 이튿날 집안 현관 앞에서 숨졌다.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