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C 후반, 신문 광고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주들이 지면 광고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에서다. 광고비 집행에 대한 객관적 준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14년 미국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System) 협회가 설립됐다.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발행 부수 인증을 위한 공식기구가 됐다.
대한민국 ABC는 1993년에 도입됐다. 앞서 1989년 78개사를 창립 회원으로 ABC 협회가 발족했다. 초기에는 활동이 미미했으나 2004년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자격에 협회 가입을 명시하면서 회원사가 늘었다. 참여율이 낮았던 중앙지도 2009년 협회 발행 부수 검증 참여사에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하기로 하자 더 미룰 수 없었다.
신문 발행·유료부수는 광고주, 광고사, 독자들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광고주와 광고사는 이를 토대로 광고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한다. 광고시장의 공정거래질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수 산정 과정의 신뢰도를 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ABC 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에 나섰고, 공신력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ABC 협회 발행·유료부수 활용을 중단하고 새 광고집행기준을 적용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다. 열독률, 시청률, 이용률(인터넷매체) 등 '효과성(영향력)' 지표와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시정권고 건수, 편집·독자위원회 운영 등 '신뢰성(사회적 책임)'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인쇄매체는 내년부터 이 기준이 적용된다.
정량화가 어려운 열독률 조사는 매체 영향력 왜곡과 지역 신문에 불이익이 우려된다. 신뢰성 지표는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다. 언론중재위 지표별 반영비율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
지난해 기준 정부광고 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새 기준을 두고 '정부 맘대로 광고'를 위한 사전 장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주춤한 언론중재법의 변형이란 혹평도 있다.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신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광고라고 효과가 아닌 '입맛대로'가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ABC 협회를 못 믿겠다며 내놓은 개선방안이 왜 이 모양인지, 그게 의문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