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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중문화원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이 주최한 '철도원 삼대' 북 콘서트에서 저자 황석영 작가와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영등포란 도시가 생긴 게 인천 때문입니다."

3일 오후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4층 공연장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이 개최한 '황석영 작가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 -철도원 삼대' 행사를 찾은 황석영 작가는 지난해 펴낸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창비)의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황석영 작가는 "식민지 근대가 시작되기 전 인천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은 마포로 강화를 통해 세곡선 등 삼남지방에서 배가 들어왔다"며 "제물포가 인천이 되면서 항만이 생기고, 경인철도가 생기면서 영등포가 생겼다. 노동자와 기술자가 영등포에 집결했고 왔다 갔다 하면서 경인철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작가는 "서울 외곽 식민지 산업도시로서 영등포는 인천과 한 구역과 같은 형세"라며 "인천과 영등포는 사람과 물류가 한통속이 옆 동네였다"고 했다.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는 경인철도가 지나고 공장이 밀집된 서울 영등포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다룬 작품이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나 걸린 작가 필생의 역작이라는 평가다.

이날 북 콘서트는 근현대문학 연구 분야의 석학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했다. 최원식 교수는 "영등포가 인천 때문에 생겼다는 새로운 견해를 줬다"며 "세곡선이 (강화) 염하를 뚫어서 마포로 갔던 것이 경인선이 건설되면서 구(舊) 인천에서 제물포 '새 인천'이 뜨고, 계양산 밑 구 부평이 망하고 부평역이 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작품은 황석영 문학 중에서도 장소가 강하다"며 "장소가 갖는 혼이 사로잡았다"고 강조했다.

내년은 황석영 작가가 등단 60년이 되는 해이자 한국 나이로 80세가 되는 해다. 황 작가는 "생물학적 건강상태 따지면 90세까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10년 부지런히 쓰면 세 권 더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철도원 삼대' 같은 볼륨(volume)을 3권 더 쓰면 황석영이 생각하는 소설의 양식, 모양을 보여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민담 리얼리즘이란 양식을 나름대로 형성하면서 죽겠다"고 덧붙였다.

최원식 교수는 작가의 말년은 그간 쌓은 업적이 거꾸로 위기가 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작가는 두 유형이 있는데, 어떤 작가는 계속 나아가고 어떤 작가는 정립하는 것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맛이 있다"며 "황석영은 계속 모험을 하며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작가"라고 말했다. 황석영 작가는 "다음 작품은 열반경으로 성인을 위한 동화를 쓸까 한다"며 "(1920년) 간도 15만원 사건의 주역인 한 청년이 카자흐스탄에서 무명으로 돌아간 홍범도와 3년을 함께 지낸 이야기에 대해서도 하나 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북 콘서트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현장에는 청중 80명이 찾아 질문지로 궁금한 점을 묻고 황석영 작가가 답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