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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3층에 전시된 민중기계 일부.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3층에 전시된 민중기계 일부/김성호기자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인천 '우현문갤러리' 2층과 3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쉬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계장치와 모니터, 조명, 영상이 결합한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최근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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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3층에 전시된 작품 광장을 만지고 있는 이탈 작가.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우선 전시장 2층에는 '호명(呼名·Interpellation)'과 '이데올리기 기계(Ideological machine)' 등 두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 '호명'은 작가가 '채집'한 영상을 모니터로 재생하고 이 모니터의 영상을 상하좌우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웹캠으로 다시 촬영해 이를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벽면에 '뿌려' 재생한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시위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홍익대 입구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 풍경을 촬영했다.

작가가 1차적으로 찍은 영상을 모니터를 통해 재생하고 이를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웹캠이 확대 촬영한 영상이 빔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모습의 화면으로 재생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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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2층 전시실. '호명'과 '이데올로기 기계'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층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작품은 '이데올로기 기계'다. 공책 만한 크기의 모니터 2개가 서로 반대 반향으로 걸려있다. 기둥에 달린 모니터는 서로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러시아의 광장에 있는 동상을 촬영한 사진이 붉은 모니터에, 전쟁 중에 한가로이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미국 군인의 사진은 푸른색 모니터를 통해 재생된다. 붉은색과 푸른색, 위와 아래, 서로 상반되는 색과 움직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3층에서는 '기억의 예배소-호외(號外)', '민중기계(民衆機器)', '기억의 예배소-광장(廣場)' 등 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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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3층에 전시된 '기억의 예배소-호외' 일부.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기억의 예배소-호외'는 네온과 기계장치와 센서 등이 결합한 작품이고 '민중기계(民衆機器)'는 기계 장치와 모니터, 백열전구 등이 결합했다. 한 작품이다. 모니터에서 보이는 영상은 1970년대 촬영된 광장의 모습이다. 전신주에 매달린 가로등과 같은 모습의 조명과 광장의 기록, 너저분하게 걸린 전깃줄 등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또한 낯설다. 기억의 예배소 광장은 CCTV와 모터, 모니터와 센서 등이 결합해 만들어진 모습이다. 각각의 CCTV는 서로 다른 전시장 내부를 비추고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당시 광장에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신문사들은 호외를 뿌렸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로 사실상 폐쇄된 광장에는 인파도 호외도 드물다. 광장에는 호객을 하는 전단지와 명함 광고만 나뒹군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과거 의심 없이 사용해온 광장, 공동체, 공공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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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탈(Tal LEE)의 개인전 '기억의 예배소-광장'(The chapel of memory-open spasce)이 열리고 있는 인천 '우현문갤러리', 2층에 전시된 '이데올로기 기계'의 모습과 작품 뒤로 작품 '호명'의 스크린이 보인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탈 작가는 "예술가의 시선은 언제나 시대를 향해야 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을 공공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공공의 의미를 묻는 것은 예술가의 소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탈 작가는 2021년까지 13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미디어아트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인천 강화도에서 작업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