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거장 황석영이 지난해 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창비)는 대한제국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한국전쟁이 이어진 시간 속에서 철도원으로 일한 3대와 현재를 사는 증손자 이야기를 민담처럼 다룬 역사소설이자 노동문학이다.
1899년 경인철도가 깔리고 공업도시가 된 서울 영등포와 인천이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인천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콘텐츠다.
황석영 작가는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지난 3일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4층 공연장에서 진행한 '철도원 삼대' 북 콘서트 행사를 찾아 "영등포란 도시가 생긴 게 인천 때문"이라며 소설에 녹인 인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국근대문학관과 경인일보가 공동 주관했다.
장편 '철도원 삼대' 한국근대문학관 북콘서트… 최원식 교수 사회
"영등포라는 도시가 생긴 게 인천 때문" 소설속에 녹인 생각 밝혀
황석영 작가는 "식민지 근대가 시작되기 전 인천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은 마포로, 삼남지방에서 강화를 통해 세곡선 등 배가 마포로 들어왔다"며 "제물포가 인천이 되면서 항만이 생기고, 경인철도가 생기면서 영등포가 생겼다. 노동자와 기술자가 영등포에 집결했고 왔다 갔다 하면서 경인철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외곽 식민지 산업도시로서 영등포는 인천과 한 구역과 같은 형세"라며 "인천과 영등포는 사람과 물류가 한통속이었다"고 했다.
북 콘서트는 근현대문학 연구 분야의 석학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황석영 작가와 대담했다. 최원식 교수는 "영등포가 인천 때문에 생겼다는 새로운 견해를 줬다"며 "세곡선이 (강화) 염하를 뚫어서 마포로 갔던 것인데, 경인선이 건설되면서 구(舊) 인천에서 제물포 '새 인천'이 뜨고, 계양산 밑 구 부평이 망하고 부평역이 섰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말한 구 인천은 인천도호부가 있던 문학동·관교동 일원이고, 구 부평은 부평도호부가 있던 계양산 일대(현 계양구)다. 새 인천은 인천역과 개항장, 새 부평은 부평역 주변이다.
황 작가는 청중의 질문을 받아 답하는 과정에서 인천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흥미로운 얘길 했다. 황 작가는 "내 문학이 인천이랑 맞는다"며 "38선 내려온 피난민도 많고 인천의 근대가 개항 이후 근대라는 점에서 맞는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인천에서 죽었으면 좋겠다"며 "수백억원 들여서 문학관 짓고 그런 짓은 안 한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황석영·최원식 '철도원 삼대' 대담] 무명의 노동자에게 바치는 이야기 "원로의 길보다… 현역으로 죽겠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