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시간을 경험하기 이전에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은 어떤 의미,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려 본다. 그 평범한 날들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지루하게, 때로는 반복되는 것 같은 익숙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지내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평범한 일상이 지금 우리가 그토록 회복해 돌아가고 싶은 소중한 날들이라는 것을 그때 그 시간 속에서는 미처 몰랐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아침 접했던 주요 뉴스는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의 증가와 새로운 변이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소비자물가 상승, 집값과 전월세 상승' 과 같은 무거운 소식이었다. 그 속에서도 조금씩 학교의 전 학년 등교로 운동장에 웃음소리와 뛰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과 공연, 영화, 연극 등 인원제한과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기에 숨이 쉬어진다. 조심스러운 일상으로의 회복이 또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점점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한 세상으로 무겁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날들이 다가온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는 '오늘'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소중히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행복은,
바람·햇살·인사 등 '소소한 일상'
올해 마지막 달도 하루하루 값지게
그림책 '오늘상회 (한라경 글. 김유진 그림, 노란상상)'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깜빡깜빡 가게의 불을 켜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오늘상회의 문을 연다. 주인은 병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사라진 이름도 있고 오늘 새로 생긴 이름도 있다. 가게주인은 오늘을 사는 누구나에게 신선하고 향기로운 오늘의 병을 건넨다. 어떤 오늘은 의미 없이 흘러가 금방 어제가 됐고, 어떤 오늘은 천천히 느끼며 시간이 가지 않길 바랄만큼 행복했고, 어떤 오늘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어떤 오늘은 너무 고되고 힘든 날도 있었다. 수많은 오늘을 보낸 늙은 할머니는 오늘도 오늘상회에 간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오늘 피어난 꽃과 오늘 더 자란 풀 향기를 맡으며 새로운 오늘을 느낀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오늘상회 주인은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답니다"라고 말하며 오늘의 병을 건넨다. 오늘상회 가게 주인의 당부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삶의 소중함은 특별하고 멋진 것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매 순간순간에 있다고 한다. 그림책 속 할머니가 다시 힘을 내 발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던 것은 커다란 일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 따사로운 햇살, 어린 아이의 인사, 친구에게서 온 연락 등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비상상황으로 다소 어려운 시간을 걸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간을 싹둑 오려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빨리 지나가야 하는 시간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 오늘이 함께 모여 우리의 소중한 삶이 된다. 행복도 습관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들 속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올해 한 장 남은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희망차게 2022년을 맞이해보자.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