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웅저씨의 출판기념회'는 미얀마 출신의 마웅저가 주인공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웅저가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사연이 펼쳐진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연극은 그러나 그 배경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관객은 이 연극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역사라는 사실에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마웅저씨의 출판기념회'는
미얀마 출신이 주인공,
때는 1994년의 일이다. 마웅저는 미얀마 군부독재의 탄압을 피해서 한국으로 오게 된다. 초기의 한국 생활은 여느 이주노동자의 삶과 겹쳐 있다. 월급을 떼이기도 하고,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생전 처음 본 날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한글을 배운다. 그곳에서 공장에서는 물어보지 않는 말을 듣게 된다. 선생님이 마웅저에게 물은 것이다. 기분이 어떤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의 말을 들은 것이다. 아니다.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 준 사람을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강아지 똥'을 읽게 된다. 동화책에서 가르치려는 말이나 명령의 말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결심한다. "내가 똥이 되어 미얀마 아이들이 민들레처럼 피어나게 할 거야." 그렇게 그는 한국 생활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후 그는 한국 그림책을 미얀마어로 번역하다가 동화작가로 활동을 하게 된다. 2002년을 지나는 무렵 작은 연대 운동이 2010년을 지나며 따비에 설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현재 따비에는 미얀마와 한국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따비에는 미얀마에서 평화와 행복과 안녕을 상징하는 나무의 이름이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따비에 나뭇잎을 특별하게 따비에 꽃이라고 부르며 크고 작은 일과 행사에서 따비에 나뭇가지를 잡고 기원을 드린다고 한다. 2010년 설립한 단체에 따비에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 그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때는 흘러 2013년이다. 마웅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십 년 만의 귀환이다. 태국 국경을 넘어 헤엄치며 동굴을 지나 고향의 냄새를 맡는다. 입국 비자가 없어 돌고 돌아간 것이다. 고향에서 그는 따비에의 활동을 지속한다. 그는 미얀마의 방정환을 꿈꾸며 따비에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한다.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청년들도 바뀌어간다. 미얀마에도 봄이 오고 민들레가 피어났다.
식민·군부쿠데타·민주화운동 등
한국과는 역사적 경험 유사로 연결
동화 출판은 그 고리의 한 매듭
때는 2021년 2월을 지나 지금이다. 1994년의 마웅저가 외친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우리 서로의 이름을 기억합시다." 1994년의 외침이 2021년 2월에 다시 울려 퍼진다. 다른 마웅저가 외친다. "군부독재 물러가라.", "미얀마에 자유를." 미얀마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그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 '마웅저씨의 출판기념회'는 미얀마와 한국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두 나라가 지난 세기를 지나는 동안 식민, 해방, 전쟁, 군부 쿠데타, 그리고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유사하다는 점에서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마웅저가 남긴 삶의 궤적이 연대의 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동화책이 미얀마어로 번역되거나 마웅저의 삶이 한국에서 동화로 출판된 것은 그 고리의 한 매듭이다. 여기에 연극 '마웅저씨의 출판기념회'가 하나의 고리를 더하고 있다. 평화와 행복과 안녕을 상징하는 나무의 이름인 따비에, 그 나뭇가지를 잡고 기원하고 있다.
/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