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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창립한 오뚜기식품(주)의 첫 상품은 '오뚜기 카레'다. 이후 케첩, 마요네즈, 분말수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에 처음 즉석식품을 선보였고, 가정 간편식 시장을 개척했다. 해마다 멈추지 않는 성장을 이어가면서 연 매출 2조원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종 업체 가운데 1위 상품이 가장 많다.

오뚜기의 기업 정신은 식품보국(食品報國)이다. 창업주인 고 함태호(1930~2016) 명예회장은 '총칼 들고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식생활 향상을 위해 식품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군복을 벗고 경제인이 됐다. 경쟁사와 죽기 살기 싸움이 아닌 신제품 개발로 시장수요 개척에 주력했다. 반세기 변함없는 창업정신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 믿음이 쌓이고 있다. 착한 가격과 정직한 품질로 '갓뚜기'란 애칭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만든 온라인 홍보플랫폼 '재명이네 슈퍼' 홍보물에 오뚜기가 등장했다. 재명이네는 국내 식품업체인 오뚜기 로고에 사명 대신 '이재명'이라 쓰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지지율'이라고 홍보했다.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 상표에는 '재명이로 바까스'라는 문구를 넣었다. 슈퍼 운영자들은 민주당 경선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며 '미애로합의봐', '활명추' 등 패러디 홍보물을 제작한 이력을 지녔다.

패러디물을 본 시민들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나, 회사 측은 상표권 침해라고 항의하며 슈퍼에 홍보물 삭제를 요청했다.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에 오뚜기 상표가 무단 도용됐다'는 거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러워서 안 쓴다", "재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앞으로 더 신중하겠다"며 슈퍼를 임시휴업했다.

정치 패러디는 상품권 훼손일 수 있으나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다. 회사 측의 과잉반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회사 입장도 존중돼야 마땅하다. "이제 늬들꺼 안사머거! 졸라 재쉅씀(재수없음)!!"이라며 불매운동을 시사한 것도 지나친 대응이다. 친근한 오뚜기 상표를 선거에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식품보국 정신을 실천해온 반세기 역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