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김수진(가명)씨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환자 이송 업무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이전보다 커졌다.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를 상대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등은 격리실 이용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만 이송해야 한다. 응급환자가 많아 격리실이 꽉 찬 병원으로는 이들을 데려갈 수 없어 일반 환자를 이송하는 시간보다 2~3배는 더 걸린다고 한다. 가까스로 병원을 찾았다고 해도 코로나19 의심 환자 중 PCR 검사를 거부하면서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 속앓이를 하게 된다.
'꽉 찬 병원' 이송시간 2~3배 걸려
검사 거부 화내는 사람에 '속앓이'
김씨는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이송할 때는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나 어려운 점이 많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마음도 함께 지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인천 소방공무원들이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힘겨워하고 있다.
전국 소방관 마음건강 설문조사
인천 업무 경험자중 35% "트라우마"
PTSD·우울 증상 작년보다 늘어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전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조사 기간: 올해 3월3~22일)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인천 소방공무원 3천36명 중 코로나19 업무를 직접 맡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천315명. 이들 중 코로나19 업무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응답한 소방공무원은 460명(35%)에 달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 증상 등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한 소방공무원들도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PTSD를 호소한 인천 소방공무원은 전체 응답자의 4.8%로 전년도(3.5%)보다 늘었다. 우울 증상도 4.1%로 지난해(3.4%)보다 소폭 상승했다.
소방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현장 출동이 잦아지는 등 대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이 설문조사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보건안전복지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스트레스나 트라우마가 심한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실이나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