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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물 1호인 조동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은 사퇴 후에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입 인물 발표에 이어 사생활 논란, 사퇴, 조 교수 측의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이라는 혼외자 관련 발표 등 일련의 사태가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짧은 기간 불거진 사생활 논란 보도와 그 파장이 참혹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공인의 길을 선택한 경우라 해도 한 개인의 사생활을 짓밟고 가족의 안온한 삶을 무너뜨린 선정적인 언론 보도가 너무나 잔혹해 보인다. 언론 보도에 부화뇌동하며 마녀사냥식 비난 여론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부끄럽고 먹먹하다. 자녀의 신상 정보 노출에 아이 얼굴까지 공개된 터에 피눈물을 흘리며 '성폭력 임신'이라는 아이의 출생 배경을 알려야만 했을 어미의 심정이 어떨지 차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이 사태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성찰하며 작은 반성이라도 끌어내 힘든 여정을 선택한 그녀에게 위로가 되고 싶을 뿐이다. 


개인의 인권·사생활 침해 아랑곳
정치권 선거철만 되면 영입 인물


애초에 공인으로서 흠결이 있는 사생활 문제가 이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민주당의 인물 검증 부실 책임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알 권리를 빙자한 언론의 저급한 사생활 캐기식 보도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적 후진성 문제에 있는 것 아닐까.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등에 업고 검증이라는 이름의 선정적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처음 조 교수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빚은 유튜브 채널은 현재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해 검찰에서 선거·정치 전담 수사부서에 배당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의 인용을 맨 처음 보도한 한 종편방송과 신문에서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하다면서 알 권리와 무관한 내용 보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 확증편향의 끝판왕이 제기한 논란을 객관적 검증 없이 인용해 공인이 아닌 자녀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보도한 것이다.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조 교수의 결혼과 이혼에 관한 세세한 내용, 심지어 자녀의 출생 시점 등 공익과 무관한 것들을 주로 다뤘다.

언론의 사생활 캐기식 보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정치문화도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조동연 교수에 대해 '예쁜 브로치'라는 발언으로 여성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편협함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을 이용, 민주당의 부실 검증이라며 정치적 공방을 일삼았다.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철이 되면 영입 인물의 감성적 스토리 중심으로 반짝 소비하고 버리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나마 사생활 논란 속에 사퇴를 원하는 조 교수를 간곡하게 만류하는 송영길 당 대표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인 이재명 후보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알 권리 명분으로 사생활 관련 보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17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 함부로 침범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감성적 스토리로 반짝 소비하고
버리는 고질적 한국정치 후진성
이번 기회에 개선 계기로 삼아야


선거철이면 정당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홍보한다. 정치 영입 인물의 역경 스토리 등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 이 경우 개인은 공인의 위치로 바뀌면서 사생활이 낱낱이 해부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가 일어나게 된다. 현대사회의 내부고발이나 폭로 문화는 언론자유와 프라이버시의 충돌을 빈번하게 만들기도 하고 개인 생활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나누는 경계를 더 모호하게 만든다. 공인이라 하더라도 언론 보도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 대한 범위가 불명확해 구분이 쉽지 않다.

언론 보도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도출은 시급한 문제다. 언론 보도와 사생활 보호 혹은 알 권리와 충돌할 때 공익은 언론인에게 하나의 유용한 기준이 된다. 공익과 무관한 공인의 자녀 등 가족에 대한 사생활 보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 이를 어긴 언론에 뼈저린 반성을 촉구한다.

/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