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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경제부 차장
1810년대 영국에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었다.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됐고 고용 시장이 얼어붙자 기계를 부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막지 못한 채 기계는 산업 현장의 주역이 됐고 버티지 못한 기존 노동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기계를 만들거나 다루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나타나 사라진 노동자들의 자리를 메웠다. 산업의 양상도 바뀌어, 기계의 힘을 빌린 제조업이 경제를 주름잡는 주 산업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1년, 4차 '산업혁명'을 맞닥뜨린 지금도 러다이트 운동은 형태가 달라졌을 뿐 현재진행형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발생한 것은 신호탄일 뿐이다. 가상 착용 기술을 활용해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하자 안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중개'의 영역이었던 주택 매매 역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거래'의 길이 열리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장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전화로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일 역시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졌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출현에 아우성이었다면, 대형마트는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e커머스의 출현에 시름하고 있다. 그 사이, 소외된 노동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마트의 출현 이후 전통시장 상인들이 설 곳을 잃었듯, 이제는 대형마트 판매원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기존 노동자들의 자리는 최신식 장비와 서비스로 무장한 새로운 노동자들이 채운다. 뒤안길로 사라진 이들이 다시 돌아올 자리는 많지 않다. 기계가 부숴지지 않은 채 결국 공장 한 가운데에 자리잡았던 만큼, 지금의 전쟁 역시 승자는 정해져 있을 터다. 패자는 하릴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까. 상생의 묘가 필요하다. 변화의 시대, 정부·의회의 어깨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강기정 경제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