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여성들은 늦은 시간, 어두운 골목길에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길과 노후된 주거지 등 구도심이 많은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6~8월 인천에 사는 14세 이상 여성(1천276명)을 대상으로 '여성 대상 범죄 안전도' 설문 조사를 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의 81.7%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가 가장 불안한 시간대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골목길(45.9%)이 범죄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답했고 이어 유흥가, 공중화장실 순이었다.

지역적 불안 요소로는 어두운 골목길(26.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다음은 불법 촬영(9.3%)으로 조사됐다. 주취자 소란(7.1%), 폐쇄회로(CC)TV 미설치(6.7%) 등도 포함됐다.

인천은 구도심에 오래된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어 골목길 치안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목길 범죄 가장 취약 45.9%로 '최다'… 유흥가·공중화장실 뒤이어
성폭행보다 지하철·화장실 불법촬영 더 불안… 피해 보호·지원 필요


여성들은 성추행과 성폭행보다 지하철·화장실 등에서 발생하는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고 했다. 불안감 정도를 묻는 조사에서 성추행·성폭행은 5점 중 2.9점이나 불법 촬영은 3.3점으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조사 대상자들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58.2%)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보호·지원(17.8%), 신속한 수사·검거(11.4%), 재발 방지 위한 사후관리(6.8%), 성 인식 개선 교육(3.6%) 등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범죄 피해 경험률은 가정폭력 5%, 스토킹 4.8%, 데이트 폭력 2.4% 등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과 인천시자치경찰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지난달 인천시·인천시교육청과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시민의 치안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했다"며 "관계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지역사회 안전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인천시는 여성이 필요로 하는 치안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유동인구와 112 신고 건수 등을 분석해 범죄 취약 지역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야간 골목길 안전시스템 구축사업'을 본격화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심지킴이집을 지속해 늘리고 불법 촬영을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골목길 가로등 설치와 조도 개선 등은 기초자치단체와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