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언론에서는 특정 법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는 모든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하진 않는다. 언론이 예외로 특정 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할 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정치갈등이 첨예한 법안으로, 법안 심사 과정마다 여야 대립이 극심할 때다. 이 경우 수많은 보도가 쏟아지는데,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 영역인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까지도 국민 관심사로 유도한다. 둘째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민원관련 법안 처리 과정을 챙기면서 홍보 보도자료를 낼 때다. 법안 발의,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전체회의 상정, 법사위 상정 등 과정마다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희망 표현으로 보도되는 유형이다.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통과된 듯 보도하는 게 이 유형의 핵심이다.
앞선 두 가지 유형은 아니지만 최근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법안이 있다. 해양쓰레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폐어구·부표 대책을 담은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이다. 올여름 방송·신문에서 수차례 인천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쓰레기 현장을 보도,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여러 언론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현장을 알렸지만, 이후 실질적 대책 마련에는 언론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 대책 법제화의 핵심인 수산업법 개정안을 다루는 보도는 경인일보 기사를 포함해 한두 건에 불과했다. 시민사회는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촉구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적었다.
'보도의 홍수' 속에서 해양쓰레기 대책은 그대로 묻힐 게 분명해 보였다. 경인일보가 수산업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이유다. 지지부진할 우려가 컸던 수산업법 개정은 지난달 말부터 속도가 붙더니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