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 너무 끔찍해서 대전에서 대장암 수술을 하고 퇴원하신 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다. 원래 내 꿈은 맞는 법이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 괜찮겠지 하다가도 결국은 전화를 드려본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초저녁에 주무시고 한밤에도 깨어 계신 때가 많기 때문에 썩 놀라실 것 같지 않아서다. 역시나 별일은 없다. 날이 새면 어차피 대전에 다시 내려갈 테니까 큰 걱정은 안 된다. 퇴원하셨지만 고령에 워낙 큰 수술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수술 3주 만에 집에 돌아오셨지만 당신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셨고, 식사도 거의 못하셨으며 드신다 해도 죽 두어 숟가락이 고작이셨다. 몸은 체육교사를 하신 건장한 체구가 최근 몇 년 새 부쩍 줄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종잇장처럼 얇아져 버리셨다.
아버지 수술·유튜버 김쎌 암투병…
요즘 살아남는게 처절하게 느껴져
코로나 위중증 환자도 1천명 향해
이런저런 상념 속에서 휴대폰을 들어본다. 잠잘 때도 언제나 머리맡에 두고 눈이 감길 때까지 보는 버릇을 없애야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오늘도 '6,689'에 고정되어 있다. 네이버 담당자가 공휴일에는 쉬는 때문일까? 아니면 토요일과 숫자가 비슷해서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일까? '7000'이 다 안 된다는 사실에 잠깐 안도한다.
유튜브 앱을 여니 김쎌의 브이로그가 올라와 있다. 한때 구독 채널을 마구잡이로 늘려 근 이백여 개에 달했다. 여름에 코로나를 지독하게 앓고 나은 후 다 없애 버렸다. 지금은 이 김쎌이 단 하나 구독 채널이다. 화면 속에서 김쎌은 창백한 병기를 가리는 약간의 볼터치를 했다. 그녀는 핑크를 좋아하는지 그림도 핑크톤이 지배적일 때가 많다. 오늘은 옷도 핑크아이싱 빛깔이다.
동영상을 올리지 못한 한 달 동안 무척이나 아팠다고 한다.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며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에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유화물감은 냄새가 독해서 대신에 오일파스텔로 그린다고 한다. 미래를 생각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도 한다. 요즘 김쎌의 관심사는 신 포괄수가제라는 의료보험 문제다. 자궁에서 시작한 것이 뼈로, 폐로, 뇌로, 근육으로 전이된 김쎌은 키트루다라는 항암 치료제로 버티고 있는데, 이게 앞으로 보험 혜택이 무망하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신년달력을 만들어 값비싼 치료비를 대야 한다는 김쎌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든 그 달력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서로 힘합쳐 위기와 맞서야 할때다
'우리끼리'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 살아남는다는 것이 요즈음처럼 처절한 투쟁처럼 느껴지는 때가 없다. 김쎌의 브이로그를 두 번 연속해서 듣고는 지금은 혼자 영등포에 나가서 살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침에 두 살 어린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고 한다. 지금 목동 무슨 병원인데, 호흡이 곤란해서 왔는데, 병상도 없고 인력도 없으니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단다. 저녁 일곱 시쯤 친구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남편이 조금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단다. 아들의 친구는 불과 스물여섯 살, 결혼한 지 일 년밖에 안 되었는데, '다행히도' 자녀는 없었다고 한다.
요즘 수도권에 코로나 치료 병상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급박한 현실이 눈앞에 닥친 것이었다. 수도권에 코로나 치료 시설이 동이 나다시피해 환자들이 300시간 이상을 기다리는가 하면 위급한 환자들은 충청도, 전라도까지도 호송한다고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확진자 하루 1만명도 시간 문제라고도 하고 위중증 환자는 1천명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살아가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살아가는 것, 아니, 살아남는 것 앞에서는 입장의 차이를 놓고 싸울 여가도, 여력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힘을 합쳐 박두한 위기에 맞서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싸울 뿐 '우리끼리는' 서로를 위하여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삶을 축약해서 보면 대립할 일도 싸울 일도 없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