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감소는 또 다른 고민거리이다. 세계 합계출산율이 1950년 4.7명에서 2.4명으로 60여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이 인구증가율 제로 수준인 2.1명을 밑도는 나라 수가 90개국 이상인데 조지아,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스, 스페인 등 33개국에서는 인구수가 줄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구증가는 둔화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결혼시기도 늦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생산력이 줄고, 전체 소비가 감소하면서 투자유인도 추락한다.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자극해 경제기반이 점차 약화된다.
인구증가보다 인구감소가 더 위험한 법이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는 '미래의 가장 큰 위기는 인구감소'라며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태국, 이탈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스페인을 포함한 23개국 이상은 2100년까지 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 0.84명 '세계 최저'
난임 인구도 23만여명 15년만에 배로 증가
지난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30년에 진도 9.0의 인구 대지진 발생을 우려했다. '인구감소 → 내수위축 → 경기침체 → 출산율 저하' 악순환의 인구재앙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향후 10년 내에 일하는 인구만 부산시 인구(337만명) 만큼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인구감소 타개를 위한 선택지의 하나로 정부가 아이를 원하는 가정의 인공시술을 전폭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의학에서는 피임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 1년 동안, 35세 이상은 6개월 동안 아이가 안 생길 때 난임으로 규정한다.
국내 난임 인구수는 2004년 12만여명에서 지난해에는 23만여명으로 15년 만에 배증(倍增)했다. 병원에서 난임 시술을 시도한 여성의 수는 2019년 2만6천649명, 2020년 2만9천706명, 올해 5월까지 1만9천151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들도 2018년 8천973명(전체 신생아의 2.8%), 2019년 2만6천362명(8.8%), 2020년 2만8천699명(10.6%)으로 점증하고 있다.
인공수정 1회 최대 40만원·시험관 400만원
'비급여 난임가구' 시술비 부담은 여전하다
그러나 성공확률은 인공수정 10∼20%, 시험관시술 11∼40%라 난임 부부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여러 차례 병원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인공수정 시술비는 1회에 25만∼40만원, 시험관수정은 1회에 180만∼400만원으로 시술 횟수가 증가할수록 난임 부부들의 금전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인공수정 및 체외(시험관)수정 시술에 건당 20만∼100만원씩 최대 7회까지 지원하며 내년부터는 난임 시술비 세액공제율도 현행 20%에서 30%로 높일 예정이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중위소득 180%(540만원) 미만 가구를 제외한 비급여 난임가구의 시술비 부담은 여전하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경제적 부담까지 감수하며 출산하려는 난임 부부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추경호 국회의원의 "난임 시술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국가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해야 한다"는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 갖기를 희망하는 모든 난임 부부들이 시술 관련 일체의 금전적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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