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21년도 열엿새 만을 남겨두고 있다. 신축년(辛丑年)이 지나가고 임인년(壬寅年)이 다가온다. 절기력으로는 입춘부터가 임인년이지만 통상 우리의 시간관념으로는 2022년 1월1일 새해부터 임인년으로 친다. 신축년이 흰 소라면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다. 세상에 검은 호랑이는 없지만, 음양오행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의 전통적인 시간은 육십진법이다.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조합하여 갑자·을축·병인·정묘 순으로 나가 계해로 끝나고 다시 갑자부터 시작된다. 천간은 해의 운행과, 지지는 달의 운행과 연관시켜 만들어진 것이다. 사마천의 '통감외기(通鑑外紀)'를 보면, 황제(黃帝) 때부터 북두칠성을 살피고 관측하여 육십갑자를 만들었고 날짜를 간지로 기록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육십갑자란 말은 첫째 간지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임인년은 갑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서른아홉 번째다. 임(壬)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양(陽)이고, 큰물이며, 검은색이다. 인(寅)도 양에 큰 나무요, 띠로는 호랑이에 해당한다.
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천지창조든 빅뱅이든 탄생의 순간을 설정하는 서양이 창조에서 종말로 나가는 직선적이고 선형적인 관점에 서 있다면, 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원형이정(元亨利貞)·원회운세(元會運世) 모두 커다란 순환이다. 순환의 시간관과 우주관은 얼핏 발전과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무한 반복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허무주의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인생과 사물과 세상을 조금 여유 있게 보도록 한다. 그러나 서양식 시간관이 들어오면서 우리도 점차 육십갑자와 순환적인 시간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일진과 음력이 표기된 새해 달력도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졌다.
매년 연말연초에 시행되던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간절곶 일출은 유튜브로 대체되며, 당진과 해남의 해넘이 행사는 아예 무산됐다. 매년 행궁 광장과 여민각에서 열렸던 수원시 제야의 타종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설에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면, 절기력상의 새해인 입춘에 해돋이를 봐도 된다. 코로나 시대에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하고, B플랜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