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수원고등학교 3학년 유형주(18)군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놓쳤다. 만점자가 한 명에 그치는 등 '불수능'이라 평가받는 이번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유군은 인터뷰 내내 담담한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놓친 문제인 국어 34번을 이야기하면서도 유군은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험에서 저는 운이 좋았고 34번 문제는 원래 몰랐던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주변 선생님들은 유군을 '차분하지만 결단력을 갖춘 학생'이라고 평한다. 그는 인문계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확률과 통계'가 아닌 '미적분'을 선택했다. 경제학과를 지망하고 있기 때문.
수원고 3학년 김명식 부장교사는 "점수를 생각하면 인문계에서 미적분을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형주는 좋은 결과까지 얻어냈다"며 "늘 차분하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틀린 '국어 34번'은 원래 몰랐던 것
경제학과 지망 미적분 선택하기도
자타공인 '독서광' 도서관 살다시피
유군은 모두가 인정하는 '독서광'이다.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인 이른 아침에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자율학습 시간에도 틈틈이 책을 읽곤 했다. 그는 특히 경제학 분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교사는 "형주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었고, 독서량이 엄청나 웬만한 박사과정 사람들보다도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라며 "엄청난 독서량이 아이가 성장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군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수시 일반전형 1차에 합격해 오는 18일 발표되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시에 불합격한다 해도 정시에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부터 경제학과를 제일 가고 싶었다"며 "구체적인 꿈이나 계획은 대학을 간 후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교사는 "형주는 상당한 독서량으로 사고나 지적 수준이 높고, 주변 친구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주면서 도움도 줬던 학생"이라며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 우리나라의 경제학을 이끌어나갈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