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날의 모험과 꿈을 잊고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기 바빴던 우리들에게 어쩌면 다시 새로운 세상이 찾아온 것 같다. 바로 '메타버스'다. 지식검색어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의 디지털 공간, '메타버스'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가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을 대체하며 최대 8조 달러(약 9천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거라 예측하기도 했다.
BTS와 무대에·안방서 세계여행
'독도버스'에서 물고기·쌀도 배송
신약개발·경제활동 공간 등 활용
이제는 메타버스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모습으로든 살 수 있다. BTS와 함께 콘서트 무대에서 춤을 추고 가족들과 세계여행을 하며, 또 기막힌 투자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건물도 살 수 있다. 이미 메타버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메타버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은 사실상 없다'며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관측한다. 세계적으로 게임, 교육, 의료,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신약개발에도 메타버스가 활용되고 있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미국의 슈뢰딩거라는 회사는 구글과 미국 내 제약회사들과 협업해 메타버스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1주일에 수십억개의 분자를 가상공간에서 테스트해 신약 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온택트 문화를 일상화시키면서 메타버스 확장에 불을 지폈다는데, 메타버스가 코로나 치료약을 개발시키고 이로써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다니 일견 역설적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등 ICT 기업들이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영업점 축소에 나선 많은 기업들이 가상 영업점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재미있는 소통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엄연한 '경제활동'의 공간으로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와 있다.
내년 3월 출범하는 NH농협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의 사전 가입 이벤트 첫날, 무려 3만6천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고 한다. 우리 땅 독도 수호가 콘셉트인 독도버스에서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자아실현과 이익창출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독도 해상에 적이 침입할 경우 수호대를 출동시켜 독도를 지키고, 아바타가 독도버스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땅에 농사를 지으면 물고기나 쌀을 실제 집으로 배송해주는 식이다.
LX, 측량의뢰 고객들 가상공간서
아바타 상담받고 토지측량 입회도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트윈 도시공간 분석 모듈을 개발하여 도시, 환경 관련 종합관리계획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트윈의 '거울세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현장 측량업무에 수반되는 시공간 제약을 탈피하는 메타버스 기반의 지적측량 서비스 또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측량을 의뢰한 고객들은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상담받고 본인 소유의 토지측량에 입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가상세계에 끌리는 이유는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누리고 현실에서 갖지 못한 것을 기꺼이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체에 장애가 있더라도 메타버스에서는 맘껏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주름 하나 없이 기운 넘치는 아바타로 살아갈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메타버스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의 형태는 더 다양해질 것이다.
나는 메타버스를 만나고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푸른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현실에서는 이제 지긋한 나이지만 더 늦기 전에 소년의 마음으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모험을 떠나볼 셈이다.
/방성배 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