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민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판에서 변호해주는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이 '변호사 채용난'을 겪고 있다.
인천의 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A씨는 함께 일하던 고용변호사가 개업해 나가면서 지난 7월부터 채용 공고를 했지만, 최근까지 새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했다. 5개월 동안 지원서를 제출한 변호사는 단 1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서로 제시한 조건이 맞지 않아 채용이 무산됐다.
A씨는 구인난을 겪으면서 그동안 수임한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놓였다. 그는 "고용변호사가 맡았던 사건까지 처리해야 해서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변호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지원조차 하지 않아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5개월간 지원서 제출은 단 한명뿐
이마저도 서로 조건 안 맞아 무산
인천의 한 법무법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0~11월 2개월 동안 신규·경력 변호사 채용 공고를 했지만, 지원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 법무법인 관계자는 "연봉이나 연차 활용 등 임금·복지 부분에서 서울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법무법인들과 비교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푸념했다.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등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실무수습·연수를 마치는 매년 10~11월부터 본격적으로 채용에 나선다. 이 시기는 신입 변호사뿐 아니라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의 이직도 활발히 이뤄지는데 인천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은 구인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력자 이직활동 10·11월부터 활발
기업 등 선택지 많고 워라밸 중시
서울과 경쟁서 밀려 인력 수급난
지역 법조계는 소송에 관한 사무 등을 담당하는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에 새내기 변호사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해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의 경우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과의 경쟁에서 밀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법조인은 "인천은 인구와 경제 규모 등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건 수도 크게 늘고 있어 신규 변호사의 유입이 중요하다"며 "지금의 문제가 장기화하면 향후 시민들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능한 변호사들을 끌어올 수 있는 유인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