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을 이뤄 오랜 기간 살아온 화성시 팔탄면 기천1리 마을 주민들은 요즘 화성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폭이 2m에 그쳐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큼 좁은 도로가 유일하게 마을 통행로를 책임지는데 화성시가 무분별한 건축허가를 내준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17일 오전 찾아간 화성시 팔탄면 기천1리 윗사내길 24번길은 도시가스 배관 매설 공사에 한창인 작업 차량들로 인해 통행이 불가한 상태였다. 도로 폭이 2m가량에 불과해 차량 한 대가 서 있으면 다른 차량이 지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윗사내길 24번길은 인근 다른 동네와 이어지는 건덜산로(왕복 4차로)와 연결 돼 기천1리 마을을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도로다. 1980년대 이전부터 오랜 기간 집성촌을 이룬 주민들의 소유지 일부가 도로를 형성하다 보니 폭 2m 가량의 좁은 도로에도 40년 이상 마을 내 유일한 간선도로 역할을 해 왔다.
폭 2m로 공사땐 교차통행 불가
"법적으로 허가막을 방법 없어"
그런데 최근 이 도로 통행량이 급증할 우려가 생기자 주민들은 화성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차량 두 대의 교차통행이 어려울 만큼 좁은데 이 도로를 지나는 마을 안쪽 부지에 화성시가 단독주택 신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면서다.
실제 윗사내길 24번길 끝자락에 위치한 기천리 582-2번지엔 화성시 건축신고를 거친 단독주택 토목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주변 단독주택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도 진행 중이어서 이날 해당 도로는 차량 한 대조차 지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허가가 진행된다며 이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화성시에 제기하고자 19일 긴급회의도 열었다.
기천1리 한 주민은 "30년 전 마을 안쪽 주거단지 형성 당시에도 시가 소하천까지 복개해가며 허가를 내줬었는데 이번에 또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걸 보니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해당 번지엔 아직 1개의 단독주택 허가밖에 나지 않은 상태"라며 "게다가 비도시지역이다 보니 도로 중심으로부터 2m 등 기준도 적용되지 않는 곳이라 법적으로 시가 허가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