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나왔네. 앞에 말에 업고(말과 말을 포개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뜻) 갑시다."
지난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근래 찾아보기 힘들었던 '윷판'이 열렸다. 바로 '2021 제1회 수원 윷놀이 한마당' 행사였다. 수원 지역에서 선발된 16팀은 4개조 조별리그, 4강 토너먼트, 결승전과 3·4위 전을 거쳐 치열하게 윷놀이 실력을 겨뤘다.
경쟁으로 펼쳐지는 행사였지만 1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어느새 찾아보기 힘들어진 윷놀이를 동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데서 의미를 찾는 모습이었다.
한 참가자는 "윷놀이는 운칠기삼(운이 7할이고 실력이 3할)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운구기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떤 윷이 나올지는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다. 대신 말이 어디로 갈지 정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말을 업어 갈 수도 있고, 말을 잡을 수도 있고 위로 갈 수도 옆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 선택이 열려 있다는 게 바로 윷놀이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16개팀 리그·토너먼트 실력 겨뤄
응원 관중 없이 차분하게 진행돼
남북 공통 놀이문화 염원서 마련
이날 행사는 오미크론으로 방역 수준이 상향된 첫날 열렸다. 행사장 안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을 제출하고 미리 주최 측에 등록한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 선수와 운영진 외에 응원을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 역시 지나치게 소리를 내지 않고 비교적 말수를 줄인 채 차분하게 행사에 임했다.
이 행사는 중국이 윷놀이를 자국 문화로 홍보하는데 항의하는 동시에 남북이 공통의 겨레 놀이 문화인 윷놀이를 매개로 마음을 모으자는 염원에서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겨레살림공동체 이해학 이사장은 "과거엔 명절에 사람들이 모이면 윷놀이를 하는 사람이 7, 고스톱을 치는 사람이 3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고스톱이 7, 윷놀이가 3으로 거꾸로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 유래한 화투가 한국인에게도 스며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해학 이사장 "운칠기삼의 재미
남북 만날 자리 관계회복 매개"
이 이사장은 "고스톱은 기본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패를 숨겨야 하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윷놀이는 그런 게 없어요. 기본적으로 어떤 윷이 나올지는 운에 따라 정해지고 사람은 말의 움직임을 선택합니다. 운과 실력이 함께 섞인다는 데서 윷놀이만의 재미가 탄생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겨레살림공동체는 윷놀이를 매개로 남과 북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길 기원한다. 그는 "비 경쟁적인 윷놀이를 통해 남북이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면 우리가 하나의 겨레라는 동질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시민들이 윷놀이를 많이 즐겨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