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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찬란한 업적·성공·권력·다복한 가정·돈·건강 등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영원히 기억될 많은 명언들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마음의 풍요를 꼽고 싶다. 우리는 과연 인생과 세상에 귀감이 되고 빛을 밝혀준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기억하며 또 간직하고 사는가.

'법구경'·'노자'·'장자'·'논어'·'성경'·'탈무드'·'대종경' 등 세상에는 수많은 말씀과 명언들을 담은 경전들이 있다. 뿐인가. 위대한 정전급 고전들을 보면 무릎을 치며 탄복할만한, 또는 일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멋진 명문장들로 가득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든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작품들 속에서도 의표를 찌르고 세상사를 날카롭게 꿰뚫는 명문장,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사회 일각선 '정권 바뀐들 별수 있나' 회의론
다르다 해도 '해 아래 새로울게 없음'이 본질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원어는 모르겠고, 이 말의 영역(英譯)은 'All happy families are like one another;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이다. 예전에는 그냥 멋진 문장이었는데, 살아보니 세상살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풀이하면 사람, 가정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나 조건은 비슷한데, 불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거나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는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불행의 이유는 단순하거나 일목요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모든 사람은 타인이며, 누구도 자신이 아니다'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일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지낼 날보다 지낸 날이 더 많은 나이가 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고 있다.

또 '스물 세 살이오. 삼월이요, 각혈이다'란 이상의 자전적 소설 '봉별기'(1936)의 첫 문장도 머리에 남는 인상적인 문장이다. 논리성이란 전혀 없는 듬성듬성한 이 문장은 그러나 결핵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젊은 작가의 두려움과 고통과 체념이 행간에 절절하다.

대선과 지자체 단체장 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라 그런지 요즘에는 부쩍 민주주의 시스템과 선거와 관련된 명언들에 관심이 간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으로 통용되는 링컨의 저 유명한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도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보통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인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이 반드시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늘 경험하면서 선거제도, 다수결도 문제가 많은 정치제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내가 바로서지 않으면 명언도 스치는 말일뿐
자신을 알고 마음의 풍요를 위해 노력해야


일찍이 루소는 '민주정부만큼 내란과 내분에 휘말리기 쉬운 정부는 없다'라고 말했고, 오스카 와일드는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곤봉 때리기'라고 탄식하였으며, 조지 버나드 쇼는 '민주주의는 무능한 다수가 선거를 통해 부정한 소수가 지배하도록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해 마지않았다. 매번 선거하고 투표하고 정권을 교체해 봐도 결과는 동일하니 사회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뀐들 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더 많이 변할수록 더 똑같은 것이다(Plus ca change, plus c'est la meme chose)'라는 프랑스 속담처럼 과연 바꾸자고, 다르다고 주장해도 결국 '해 아래 새로울 게 없는 것'이 진짜 본질이겠다.

내가 바로 서지 않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천하의 명언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행복을 밖에서 구하지 않고 내면에서 찾고 마음의 풍요를 얻는다면 외부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내 자신을 알자, 그리고 내 마음의 풍요를 위해 노력하자!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