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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마더(mother, 영), 마마(妈妈, 중), 오카상(おかあさん, 일), 메르(mère, 불), 모터(mutter, 독), 마테르(māter, 라틴어)…. 모두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그리운 이름이요, 언제나 잊히지 않는 이름이되 평상시에는 너무 무심하고 소홀하게 넘어가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다.

역사상 위인들이나 작가들은 기억하지만, 이들을 낳고 키워준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도 역사적 인물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었다. 한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은 율곡 이이를 키워낸 인물이요, 예인(藝人)이었던 신사임당이 꼽힌다. 그러나 평생 퇴계 이황과 그 어린 형제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춘천 박씨(1470~1537)에는 대해서 주목하지 않고 있다. 여성 군자라 할 그는 막내아들 퇴계와 그의 형 온계 이해(1496~1550)가 과거에 급제하고 대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인물이었다.

서애 유성룡을 키워내고 졸수(卒壽, 90세)까지 천수를 누린 안동 김씨 역시 음식을 할 때도 살아있는 생물을 해하지 않았고 늘 소탈한 일생을 살았다고 전해지며, 택당 이식을 조선 대문장가로 만든 그의 어머니 무송 윤씨는 병약한 몸을 이끌고 아들 택당은 물론 손자도 대제학으로 길러낸 인물이다. 미수 허목의 자당 나주 임씨, 자식을 위해 회초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약천 남구만의 어머니 안동 권씨, 병자호란 때 자결을 할 정도로 강건했던 명재 윤증의 어머니 공주 이씨, 서포 김만중을 키워내고 한국 고소설의 걸작 '구운몽'과 함께 늘 거론되는 해평 윤씨를 비롯해서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안중근 의사를 길러낸 조마리아 여사 등 수많은 어머니들이 있다.

반면 이런 모성성과 현모양처론이 여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탈여성적 이데올로기요, 여성들을 타인을 위한 존재로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는 여성주의적 연구도 있고, "남성의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성의 행복이란 남성이 원하는 것을 뜻한다"는 니체의 말도 있지만, 그래도 어머니란 우리 모두의 정신적 귀의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된 요즘 홀로 고향을 지키실 어머니에게, 그리고 더 외로울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자주 드리자.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