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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고 2회고사 문항(좌)과 EBS 참고서 문항(우) /선인고 학부모 제공
 

인천의 한 고등학교가 기말고사에 현재 시판 중인 참고서 문항들을 상당수 그대로 출제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선인고등학교는 지난 15일 2학년 독서 과목 2학기 2회고사(기말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이 과목의 전체 지문 6개 중 3개 지문과 관련된 문항들이 EBS가 올해 출판한 참고서에서 베껴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이 취합한 선인고 독서 과목 2회고사 시험지를 살펴보면 3개 지문을 활용한 12개 문항 중 EBS 참고서에 실린 지문과 문항, 정답이 모두 일치하는 것이 3개나 됐다. 또 4개 문항은 보기 내용만 일부 수정됐을 뿐 해당 참고서와 거의 흡사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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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고 2회고사 문항(좌)과 EBS 참고서 문항(우) /선인고 학부모 제공

앞서 10월 치러진 1회고사(중간고사)에도 6개 지문 중 4개 지문 관련 문항이 2017년과 2019년 EBS가 출시한 참고서에 나온 것과 비슷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한다. 


2학년 독서 과목 문항 상당수

지문·문항·정답 모두 일치 3개
4개 문항 보기 내용만 일부 수정


인천시교육청의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는 '평가 문항 출제에 있어 시판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참고서의 문항을 가져와 출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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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고 2회고사 문항(좌)과 EBS 참고서 문항(우) /선인고 학부모 제공

선인고의 한 학부모는 "일부 학원에서 1회고사에서 EBS 지문과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 것을 알고, 2회고사에 앞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EBS 참고서를 집중적으로 강의해줬다고 한다"며 "아예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시험을 보게 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들 '중간고사도 비슷' 주장
문제가 된 문항만 '재시험' 치러


선인고는 교과협의회를 열어 2회고사 일부 문항이 EBS 참고서와 유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2회고사가 치러진 뒤 이틀 만인 17일 재시험 일정을 공지한 데 이어 사흘 뒤인 20일 문제가 된 문항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치렀다.

선인고 관계자는 "학사 일정을 고려해 갑작스럽게 재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며 "관련 지침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만큼, 해당 교사와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