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가 뭐냐고, 이게. 제발 12시까지 풀어 달라고." 한겨울에 반소매 티를 걸친 40대 후반 남성 둘이 식당 홀에서 막말을 내지른다. 화장지로 코와 귀를 막은 왼쪽 남자는 영업시간을 풀어달라며 코를 풀어댄다. 옆 남자는 집게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손짓을 하며 "이게 뭐냐" 항변한다. 15초 분량 동영상에 등장하는 두 남자는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온몸으로 벼랑 끝 처지를 호소하는데, 연기자 뺨치는 코믹 표정에 웃음이 빵 터진다.
대형 카페 대표는 지난 20일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국 14개 직영점을 둔 프랜차이즈 카페 더노벰버라운지 최석률 대표는 "정부의 거리 두기 방역지침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본 매장은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도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는 공문도 올렸다.
최 대표는 "지난 1년간 누적 적자가 10억원을 넘었고, 지난주 서귀포점을 폐업했다"며 "그럼에도 어떤 손실보상금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방침에) 열심히 따르고 했는데, 월세에 인건비도 못 주고 가게를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도 없다"면서 "도저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정부의 강화된 거리두기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관련 단체는 22일 광화문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로 했다. 온라인에는 참여를 독려하는 구호가 넘쳐난다. 정책 실패는 정부가 했는데, 피해는 왜 우리 몫이냐는 게다. 연말 대목 망치게 됐다며 '방역 패스를 패스하자'고 한다.
서울에선 식당 주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강화된 거리두기 시행으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고 한다. 자영업 단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24명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소식에 자영업자들은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자영업 단체 6곳은 항의 표시로 27·28일 오후 5~9시 업소 간판의 불을 끄기로 했다.
방역 실패를 두고 대통령이 사과한 다음 날, 정부는 소상공인에 100만원씩 주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수령을 거부할 태세다. 외려 "우리가 100만원씩 걷어서 정부에 줄 테니 영업시간을 늘려달라" 읍소한다.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