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취·서식지인 김포 한강하구 농경지에 마땅한 보전대책 없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가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에 앞서 실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법정보호종 서식지에 피해가 우려될 시 피해방지를 위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해 놨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큰기러기·흰꼬리수리·황조롱이
자주 관찰 불구 피해방지책 없이
인천구간에서 먼저 시작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공사 중 현재 문제가 되는 곳은 지난해 2월 착공한 김포 통진읍(서김포IC)~파주 연다산동 구간이다. 서김포IC 인근 양촌읍 흥신리와 통진읍 도사리, 한강과 접한 하성면 마곡리 일대에 최근 철새들이 집중적으로 날아드는 데도 이에 아랑곳없이 대형 장비차량들이 농경지를 오가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1일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이 지역은 겨울철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의 주요 서식지이면서 맹금류인 흰꼬리수리·황조롱이·말똥가리가 자주 관찰된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의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에는 '사업노선 및 인접지역에서 확인된 다수의 법정보호종 출현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정보호종 서식지가 추가 발견되거나 피해 발생 또는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피해방지를 위한 조치를 즉시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공사 건설사 측은 실질적인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일 양촌읍 흥신리 공사현장에서는 큰기러기 수백 마리가 장비차량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으나 어디에도 차폐막이나 방음벽, 먹이터 등 보호시설은 없었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강행
조류보호協 "환경영향평가 부실"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영향평가서에 포함된 사후환경영향조사가 김포구간 착공 이전인 2019년 실시한 자료라는 점을 특히 문제시하고 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환경피해를 줄이려 노력해야 함에도 사후조사 결과는 현실과 동떨어졌고, 저감방안은 부실하다"며 "국책사업이라는 그늘에 가려 행정당국도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현장 바로 앞에까지 철새들이 찾아오는 건 그곳이 몇 안 되는 취식지이기 때문"이라며 "하나둘 무감각하게 우리 주변 농경지가 파괴돼 한강하구 배후습지가 사라지다 보면 멸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보고 (피해 우려)확인이 되면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