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스크랩(폐동) 업계는 유통 구조 특성상 무자료 거래의 불가피함 등을 호소하지만 법원은 또다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냈다. 정치권도 문제를 인식해 관련 세금납부 방식 등 변경을 위한 입법(12월17일자 10면=[이슈&스토리] ‘동스크랩 유통’ 무엇이 문제인가·12월21일자 7면 보도=불법수출 1조원대… '세금전쟁' 폐동, 단속피해 해외로)까지 나선 바 있지만 이에 반하는 판결이다.
폐동 유통업자 이모씨는 21일 1천억원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혐의로 항소심 선고 공판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의심'이 된다며 중형을 유지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김경란)는 이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벌금 100억원을 추징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양형 부당, 법리 오해 등을 주장한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가 영리 목적으로 무자료 거래를 해왔다는 취지다. 다만, 법원은 이번에도 이씨의 사업장 위치와 면적, 사업 기간 등 정황 근거만을 양형 이유로 내세웠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제 폐동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시흥 등 피고인이 사용했다고 하는 (사업장) 임대 사용 내역과 야적장 면적, 위치 등을 살펴봤을 때 실제로 거래를 했는지 의심이 있다"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점을 고려해도 원심이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씨를 통해 폐동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성명 불상' 업체에 대한 세무당국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피고인이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어서 누구에 의해 (거래가) 이뤄졌는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法, 3년6월형 원심 유지·항소 기각
사업장 위치·면적 영리목적 의심
"업계 특성상 중요치 않아" 반발
재판부에서 이 같은 판결을 선고하자 업계 종사자들은 즉각 반발 목소리를 냈다. 업계 종사자 A씨는 "야적장과 사무실 거리, 상주 직원 수 등 재판부에서 언급한 사항을 근거로 이씨를 무자료 거래상으로 볼 수 없다"며 "유통업 종사자들 대다수는 실제로 야적장과 사무실 거리가 먼 경우가 종종 있고 동스크랩을 유통하는 일은 사업장 면적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도 "이씨는 인적,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상주 직원 수, 야적장과 사업장 거리 등은 사업체가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