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바뀌지 않은 낡아빠진 기준으로 부실한 검증과 정화가 이어지는 사이, 정부 부처들은 서로 책임만 회피하기 급급하다.
치명적인 오염 물질이 발견된 공여지를 떠안은 지자체와 민간개발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예산과 비용을 들여 정화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이렇게 오염 리스크가 커지면 결국 공여지개발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환된 공여지는 특별법 따라 개발
부처 분산 추진… 책임 전가만 반복
반환된 공여지는 국방부의 오염 정화 등을 거쳐 종합계획 등을 마련,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개발이 진행된다. 이때 행정안전부는 공여지 발전 계획 및 지원, 국토교통부는 사업 인허가, 환경부는 환경 대책, 국방부는 오염 정화와 활용 방안 등을 담당해 공여지 개발을 기능별로 분산해 추진한다.
공여지 활용이란 목적을 향해 정부 부처가 하나로 뭉쳐 협업하는 듯 보이지만, 오염 정화의 책임 앞에선 '핑퐁게임'만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미군공여지 활용은 법에 따라 전적으로 행안부 관할이라는 입장인 반면, 행안부는 정화 책임이 국방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는 환경부가 SOFA 협정부터 환경에 대한 총괄을 맡고 있다는 반응이며, 환경부는 정화 책임은 국방부의 소관이라는 책임 전가만 서로 반복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출금 상환 등 공사 지연에 대한 추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민간 사업자가 직접 정화 책임을 떠맡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개발업체는 공사 지연 추가적 손실
개발 부정적 인식에 참여 부진 우려
정부 "매각 후 책임은 사업자의 몫"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개발이 쉽지 않은 공여지 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양산돼 업체의 참여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공여지는 주로 공동주택 등 주택개발 사업이 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준치 이상의 오염 물질이 배출돼선 안 된다.
현재 공여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TPH(석유계총탄화수소)는 근육마비, 중추신경계 마비 등 신체에 각종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납과 아연 등의 중금속은 빈혈, 식욕부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인천 부평 캠프 마켓에서 발견된 다이옥신은 소량만 흡입해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정부가 정화과정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매각 후의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고집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실 정화에 대한 책임을 국방부나 환경부에 제기하더라도 이미 사업자에게 매각했다면 땅 주인인 민간이 정화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