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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국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인류는 불의 발견 이후 끊임없이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면서 인간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공장제 공업이 도입되고 과학기술이 산업에 접목되면서 산업화사회가 도래하였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섬유와 철강 등이 산업의 중심이었으나 이후 화학과 전기, 자동차 산업을 거쳐 20세기 후반에는 컴퓨터와 전기 전자, 정밀기계 등으로 산업구조가 다양하게 변모하였으며 최근에는 소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최근 과학기술과 이에 기반한 산업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빨라 필자와 같은 비전문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산업환경의 변화와 관련하여 상식적인 수준에서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 적어 보고자 한다. 


바이오·로봇·항공우주 등 성장세
인공지능·빅데이터·메타버스 등

우선 산업구조 변화와 관련하여 바이오, 로봇, 항공우주 등 새로운 신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산업은 인간의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그리고 최근의 팬데믹 상황 등에 따라 미래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로봇산업은 앞으로 산업과 생활 등 모든 부문에서의 광범위한 수요를 바탕으로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항공우주 등 다른 신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술발전과 수요증가가 공존하면서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천의 경우 송도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가운데 청라의 로봇산업이 성장을 시작하고 있으며 영종의 항공정비(MRO) 산업도 발전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 신산업이 모두 인천경제자유구역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어 타 지역과의 성장 격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전통산업과의 협력 및 연계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범용기술이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다른 기술과 접목하면서 산업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러한 기술이 생산 및 유통과정을 포함한 산업활동 전반에 걸쳐서 적용되면서 생산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혁명적 수준의 스마트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기업과 낙후기업의 격차가 벌어지고 플랫폼 선점을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이 보다 격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로 인한 각종 규제도 산업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 각국은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있으며 투자부문에서도 환경을 포함한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동차 산업은 이미 전기 및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수소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인천시도 인천을 수소산업의 선도도시로 선언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환경규제의 강화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결국 향후 환경규제는 각국 정부와 산업계 모두가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외 인구감소와 고령화도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명이 연장되는 반면 치매 등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고령층에 대한 헬스케어, 즉 돌봄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산과 구매력이 늘어난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식품, 건강기구, 관광, 금융,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버산업의 비중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신산업과 접목 생태계 변화 초래
환경·각종 규제 적잖은 영향 미쳐
이외에 인구감소·고령화도 한몫


이 외에도 향후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산업환경의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모든 변화가 반드시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할 경우 기존의 엔진 관련 부품업체들은 다른 산업으로 전환하거나 질서 있는 퇴출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큰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서 수많은 트럭, 버스 및 택시 운전기사들이 일시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는 타임머신을 타고 갈 수 있는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현재로부터 시간의 흐름을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서명국 한국은행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