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는 나침반이 잘못됐다."
미·일·중·러로 대표되는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두고, 외무고시 19회 출신으로 러시아 공사를 역임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65·사진)이 내린 진단이다.
박병환 소장은 "중국에는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고, 미국은 섭섭하게 하고 있으며, 일본을 맹목적으로 지나치게 미워하고 있고, 러시아를 경시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외교가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주변 4강에 지속적인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자해외교'를 지속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잘못된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공사 역임… 4강 외교 진단
지난 2016년 12월 퇴임한 그는 퇴임 이후 책을 펴내고, 각종 언론 매체에 기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외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외교에 애정 어린 훈수를 두고 싶어서라고 한다.
"훈수라는 말이 좀 듣기 거북할 수 있죠. 하지만 애정을 갖고, 의미가 있는 훈수를 두어,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보람을 느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직 중에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훈수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신중한 만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었죠."
한 달에 서너 번 이상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4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주로 그가 정통한 주로 러시아와 한·러 관계에 관한 글을 다루다가 이제는 범위를 넓혀서 미국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상호 이익이 되는 한러 관계를 바로 알리기 위한 책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를, 최근에는 자신의 매체 기고를 엮은 외교 비평집 '나침반이 잘못된 한국외교'를 펴내며 퇴직 이후에 더 바삐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독자들에게 외교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팩트 체크는 물론, 현지 언론보도와 녹취록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외교 현안은 일반 시민들의 경우 언론에 의한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지금 언론 보도는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의 예를 들면, 러시아에 관한 기사는 거의 없는데, 그마저도 다른 나라의 시각으로 전달되는 러시아 기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휘둘리고, 미국 섭섭하게 해
일본은 맹목적 비난, 러시아는 경시"
'입체적'이지 않은 언론보도 지적도
그는 국내 언론사의 해외 특파원의 숫자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 국내 언론사 특파원이 30명이 넘고 도쿄에도 20명이 넘고, 미국에는 50명이 넘는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딱 3명뿐이다.
반대로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다른 나라 특파원의 수를 보면 미국이 20여명이 훌쩍 넘고 영국·프랑스·독일·중국·일본 등도 모두 15~16명 수준이다. 근데 한국은 2~3명뿐이다.
서구와 유럽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러시아'에 정작 한국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얘기이고, 우리나라의 외교도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특정 국가는 중국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소위 '몰빵'을 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에서의 중국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인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과대평가 되어있고, 중국이 남북관계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만을 생각하며 한미동맹을 경시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얼마나 국익에 반하는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면서 "최근 100여 년의 역사가 아닌, 지난 5천년의 역사를 살펴보며, 국익을 생각하는 민족주의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