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적십자 봉사 임상희 회장

유일한 단서는 근처에 오래된 식당 두 개가 있다는 것뿐, 눈을 씻고 봐도 나타나지 않는 건물을 30분 넘게 찾아 헤맨 끝에 외국인 A씨가 거주한다는 원룸이 발견됐다.

주소지에 적힌 원룸 이름은 측면에 숨겨져 있었다. 23일 오전 임상희(66) 대한적십자봉사회 김포지구협의회장은 당일 할당된 위생키트를 자가격리자들에 전해주기 위해 몇 시간째 화장실도 못 갔다며 진땀을 뺐다.

국가적 재난이 선포될 때마다 달려오는 적십자 봉사회가 김포에서 코로나19 위생키트 배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휴일도 없이 이어져 현재까지 1만1천가구 배달을 돌파했다.

회원들은 매일 오전 9시 보건소에서 가구를 할당받아 김포시 전역으로 흩어진다.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안 돼 하염없이 찾아다니는 사례는 부지기수고, 단독주택에서 미로찾기는 기본이다. 차량 안에서 길을 찾다가 통행 시비가 붙거나 낙상 등 크고 작은 사고도 적지 않았다.

이날 월곶면 용강리를 들러 통진읍 일대를 배달한 임 회장은 "회원들이 자가격리자 접촉이라는 특성상 여름철에 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을 텐데 내색 한 번 안 하고 참 열심히들 해줬다"고 말했다.

하루 5시간쯤 소요되는 봉사에는 김포지구협의회원 56명이 참여하고 그중 약 20명은 거의 매일 보건소로 출근한다. 폭풍우 등 궂은 날씨도 이들의 인도주의 정신은 막지 못했다.

임 회장은 "적십자 회원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연말이 가까워지니 '그래도 해냈네'라는 생각이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