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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 한 남자의 아내가 됐는데, 시댁에선 나를 '새아기'라 부른다. 내 부모님에게는 '새아기'로 불리지 않는데, 왜 시가에선 '새아기'가 되는 걸까. 이 말에는 며느리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른이 가르치고 품어줘야 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며느리는 아이가 부모를 따르듯 시어른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도 엿보인다".

1985년생 여성인 저자는 가족 호칭에 깔린 가부장 중심의 위계와 권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구습(舊習)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9년 출간한 에세이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는 한국 사회의 차별적인 가족 호칭을 바꾸려 싸워온 자전적 기록이다.

저자는 시가에서 '아주버님', '도련님', '형님' 호칭을 바꿔보려 말을 꺼냈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 호칭을 바꿔보자니 배우자는 벽에 머리를 박고, 배우자 형은 펄펄 날뛰고, 배우자 형의 아내는 울고불고했다고. 이를 통해 '가족 서열'과 '나이 서열'이 가부장제와 긴밀하게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발언이 논란이다. 지난 22일 방송에 나와 "김씨가 사석에서도 윤 후보에 반말을 한다더라"며 "(윤 후보가) 집권하면 실권을 최순실씨 이상으로 흔들 거라고 우리가 염려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에 반말하는 김씨가 실세이고, 최씨보다 더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야당은 남존여비 시각이라며 반발했다. "김혜경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반말하더라"며 소재가 떨어지니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송 대표가 어설프게 프레임 작전을 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논리적이지 않은 '카더라 식' 공격은 오히려 역풍만 맞을 수 있다"며 실언·실책이란 말이 나왔다.

송 대표는 올여름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두고 운전자를 탓하는 듯한 말을 해 시비가 일었다. 5월엔 '기러기 가족'에 대해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바람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이번엔 직접 듣지도 않은 말로 국정농단에 빗대 시끄럽다. 여당도 잊을만하면 툭 터지는 '송 대표 실언 리스크'가 걱정이라는 눈치들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