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흥초등학교 6학년 110명 학생들이 동화 작가로 데뷔했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창작동화집 3권을 선물로 받았는데, 작가 데뷔와 이날의 동화책 선물은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우리들 꼬꼬무'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은 세 권의 책에는 각각 '마을을 그리다', '학교를 이야기하다', '상상을 누비다'라는 소제목이 붙었다. 학교와 마을, 아이들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화가 1권에 5편씩 모두 15편의 동화가 3권에 나뉘어 실렸다.
창작동화 만들기에는 서흥초 6학년 5개 학급 110명이 참여했다. 인천 동구 화도진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조연수 시인과 윤미애 화가가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지도했다.
본격적인 책 만들기에 들어간 것은 10월부터지만 아이들은 이번 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틈이 날 때마다 마을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미술 시간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 마을을 스케치했고, 체육 수업은 동네 공원에서 했다. 국어 수업 시간에도 마을과 관련된 신문 기사와 문학작품을 찾아보며 동네를 배웠다.
인천 서흥초 6학년 학생 110명
직접 글·그림 작업 창작집 3권
이번 동화책 만들기에 함께한 송한별 교사는 "내가 사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마을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화도진문화원과 함께 책을 만들 기회가 생겨 시작했다"면서 "마을을 걷고,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과정에서 실제 존재하는 '마을'을 충분히 느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든 책을 손에 쥔 학생들은 뿌듯해 했다.
공혜빈양은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서 너무 신기했다. 다른 친구들의 작품도 너무 훌륭해서 놀랐다"면서 "친구들과 모여서 책을 만들면서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았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승완군은 "어른들이 말하는 성취감이 이렇게 뿌듯한 거라는 것을 책을 받고 알게 됐다"면서 "책을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힘들고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웠는데, 책이 이렇게 나오니 기분 좋다"고 말했다.
'우리들 꼬꼬무' 시리즈 펴내
화도진문화원·시인 등 '도움'
아이들을 지도한 조연수 시인은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조 시인은 "자기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또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합의해도 누군가는 약속을 깨고 반칙하는데 익숙한 어른들이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