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오랜 세월 인류의 상상 밖에 있었다. 크기도 모르고 기원도 모르니 신의 천지 창조로 여겼고, 신의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인 인간의 별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놓았다. 갈릴레오가 천체 망원경으로 목성을 발견하고 천동설을 부인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지 400년이 지났다. 그래도 여전히 우주를 신의 피조물로 믿는 창조론자들이 적지 않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신' 대신 '중력의 법칙'에 기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인류는 1990년 우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졌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 559㎞에 자리 잡고 우주 관측을 시작한 것이다. 허블이 밝혀낸 우주의 실체는 상상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우주에 수천억개가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 은하에만 태양과 같은 항성(별)이 5천억개라니, 우주를 채운 별의 숫자와 거기에 매달린 행성과 위성은 지구 전체의 모래알갱이 만큼일테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며, 우주가 지금도 빛의 속도 보다 빠르게 팽창 중인 사실도 허블의 발견이다. 최근엔 이런 우주가 수없이 많을 수 있다는 다중우주 이론이 정설처럼 됐으니, 신의 영역으로도 우주를 가두기 힘들게 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쏘아 올렸다. 수명이 다한 허블 우주망원경 대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린 것이다. 적외선 망원경인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성능이 월등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찾을 수 있고, 훨씬 멀리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 최초의 별과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찾는다면 우주의 물리법칙을 숭배하는 종교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생명이 사는 행성이 지구뿐이라면 칼 세이건의 말대로 "엄청난 공간 낭비"다. 어느 은하엔 서울서 부산 가듯 행성 간 여행을 하고, 어느 은하엔 우주전쟁이 한창일 수도 있다. 지구는 고립되고 초라한 행성일지도 모른다. 이런 미시 공간에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며 자기 행성을 파괴 중이다. 그도 모자라 인간이 인간을 핍박하고 혐오하는 자아 분열이 한창이다.
지금 당장 신의 능력에 가까운 초문명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구제할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면 인류는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을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 소식에 상상이 너무 지나쳤나?
/윤인수 논설실장